죽음 부른 성희롱 가해자에 정직 1개월... 박원순 "이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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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른 성희롱 가해자에 정직 1개월... 박원순 "이것도 몰랐다?"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8.03.02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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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가해자가 피해자의 성희롱 교육... 서울시 내부망엔 "허벅지 만지고 브라끈 튕기고..." 미투 봇물
"식당에서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아내 분과의 성생활에 관한 얘기까지 꺼냈다" "얼마 전 5급이 7급 신규 직원에게 노래방 데려가서 허벅지 만지고 브라끈 튕기고... 신고했죠. 가해자는 아직 서울시 잘 다녀요"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식당에서 내 허벅지 만지고... 노래방에 가서 브라끈 튕기고... 자기 아내와의 성생활 얘기 꺼내고..."

최근 서울시 공무원들의 내부망(행정포털) 게시판에는 성희롱 피해 사실을 고발하는 이른바 '#미투(Me Too)' 선언이 넘쳐나고 있다.

또한 부하 여직원이 성희롱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일어났지만 서울시가 가해자에게 내린 조치는 고작 정직 1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징계.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여직원을 성희롱한 간부가 다시 해당 여직원을 상대로 성희롱 교육을 하
는 코미디 같은 일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자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것도 몰랐다고 할 것이냐"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박원순 시장에게 성추행 사건을 몰랐다는 변명은 이제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시장 캠프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당시 캠프 관계자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지역사무소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박원순 시장은 몰랐다고 한다.

같은 시기인 2014년 성희롱에 시달린 서울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시상수도연구원 최말단 연구원인 A씨는 남자 상사 3명으로부터 '모텔에 가자', '나랑 같이 자게?' 등 성희롱을 당했다. A씨는 용기를 내 상급자에게 보고했으나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계속해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고 보복 성격을 띤 직장 괴롭힘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던 A씨는 끝내 주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직원들에게 서한문을 보내 "성희롱 행위 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강화된 징계 절차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가해자들에 대한 징계는 각각 정직 1개월, 정직 3개월, 감봉 3개월에 그쳤다.

이에 감봉 3개월이 박원순 시장이 생각하는 성희롱에 대한 강화된 징계냐는 비아냥섞인 반문이 잇따랐다.

서울교통공사에서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여직원을 성희롱한 간부가 다시 해당 여직원에 대해 성희롱 교육을 하는 일이 발생한 것.

성희롱 직원에 대해 이처럼 '정직 1개월' '같은 부서 고위직으로의 복귀' 등의 조치를 보면 박 시장이 과연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근절하고 양성이 평등한 직무환경을 조성하려는 의지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망에는 '# 미투(Me too)'를 선언하고 지지하는 목소리가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월 7일 '우리도 미투할까요'라는 게시물이 처음 올라온 뒤 2월 28일 현재 314개의 댓글이 달렸다. 조회수도 5000회에 육박하고 있다.

"식당에서 내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아내 분과의 성생활에 관한 얘기까지 꺼냈다" "얼마 전 5급이 7급 신규 직원에게 노래방 데려가서 허벅지 만지고 브라끈 튕기고... 신고했죠. 가해자는 아직 서울시 잘 다녀요" 등 수많은 'Me too' 사례가 올라오고 있다.

"가해자는 기억안나고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하면 그만이고, 피해자는 죽음에 이를 정도로 고통받아요. 이게 대한민국 최고 행정을 자랑하는 서울시의 현실"이라는 서울시 직원들의 목소리에 박 시장은 귀 기울여야 힐 것 같다.

서울시의회에서도 성희롱 사건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소극적인 태도를 거론하며 강력한 재발 방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2일 서울시의회 박진형 예결위원장(민주당, 강북3)에 따르면 서울시가 운용하는 성희롱 고충상담 및 신고처리 시스템에는 2012년도부터 2016년도까지 신고된 성희롱 사례는 16건에 그쳤다. 2012년 이후 성희롱, 성추행 등을 사유로 징계처리된 공무원 역시 19명에 불과했다.

직원들의 자유게시판에 수많은 'me too' 사례가 게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고 및 징계 사례수는 20건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뭘 말하는 것일까.

권력과 직위의 횡포로 사실관계가 축소되거나 은폐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의 관련 행정도 대부분 교육에 치중된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박진형 위원장은 "서울시는 이미 지난해 4월 서울시 직장내 성희롱 방지조치 계획을 수립해 성희롱 사건에 대한 부서장 책임제, 5급 이상 관리자 특별교육, 가해자 의무교육, 피해자 지원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으나 1500만원의 관련 예산 중 63% 이상이 성희롱 예방교실운영, 책자 및 홍보물 제작 등에 편성됐다"며 서울시의 탁상행정을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특히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없는 시민인권보호관이 가해자 조사, 의무교육 등을 시행하도록 돼 있어 제도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은 2일 성희롱 사건에 대해 "소홀히 여긴 적이 없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잘 보완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중앙

이에 대해 박원순 시장 쪽은 "(성희롱 문제를) 결코 소홀히 여긴 적이 없다"며 새로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이 문제는 서울시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이 기회를 통해 과거 잘못된 관행에 대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진상을 밝힐 건 밝히고 대책을 만들건 만들고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 시장 관계자는 '왜 진작에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미투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미흡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시점에서는 굉장히 선진적으로 많은 부분을 한 점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당시로서는 서울시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지금 시각에서 보니 부족한 점이 많다. 저희들고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좀더 잘 보완하는 새로운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결코 소홀히 여긴 적은 없다"고 밝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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