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용산참사 타결에 '다행 반, 유감 반'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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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용산참사 타결에 '다행 반, 유감 반' 입장 밝혀
  • 최우성 기자
  • 승인 2009.12.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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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회장은 증거가 있어도 사면되고 철거민은 증거가 불충분해도 죄가 있다고 잡아 가두는 냉혹한 현실을 방치한다면 이번 타결은 미봉책이다."
"재벌 회장은 증거가 있어도 사면되고 철거민은 증거가 불충분해도 죄가 있다고 잡아 가두는 냉혹한 현실을 방치한다면 이번 타결은 미봉책이다."

정동영 국회의원은 31일 용산참사 협상이 연말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된 데 대해 '다행 반, 유감 반' 입장을 내놓았다.

정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 전화 인터뷰에서 "냉동고에 1년 가까이 안치돼 있던 희생자분들의 유해를 장례에 어떻게 모실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 그동안 남편을, 그리고 아버지를 잃고 눈물을 흘렸던 유가족들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운찬 국무총리가 유가족들에게 유감을 공식 표명한 데 대해서도 평가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정운찬 총리가 유감 표명한 것, 그건 평가할 부분이 있다. 그동안 예를들어 사건 발생 당시에 (한승수) 총리가 '불법폭력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이렇게 서슬퍼런 입장을 그동안 쭉 유지해왔는데 이번에 정 총리가 책임을 느끼고 유감을 표명한 것은 전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죄를 짓고도 감옥에 가지 않고 최근 사면된 재벌 회장과 철거민들에 대한 법의 이중 잣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희생된 5분이 만일 목숨을 잃지 않고 생존해 있었다면 모두 감옥에 가 있어야 하는 입장이다. 현재도 희생된 분들의 아들, 이웃 등 7명이 농성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모두 합쳐서 3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라고 법의 냉혹함을 지적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생각해보면 삼성의 이건희 전 회장 같은 경우는 증거가 있어도 사면되고 철거민 농성자들은 증거가 불충분해도 죄가 있다고 구속돼서 차가운 겨울에 찬방에 있는 현실, 이 부분을 그냥 방치하고 넘어간다면 총리의 이번 유감 표명도 또 이번 사태 해결도 미봉, 그냥 우선 덮고 넘어가는 거에 지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사건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검찰의 미공개 수사 기록 3000페이지도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밝혔다.

그는 "판사가 수사기록을 제출하라고 검사에게 명령했는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상식을 벗어나는 일이다. 미국이나 일본, 독일에서는 판사가 명령하면 검사가 안낼 수가 없다. 안내면 공소기각 해버리기 때문에 꼼짝없이 내게 된다"며 "그런데 우리의 법은 구멍이 뚫려 있어요. 우리가 정부 맡고 있을 때 이런 것을 개혁하지 못한 게 통탄스럽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에 따라 수사기록공개법, 형사소송법 같은 절차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등이 제안한 수사기록공개법, 형소법 개정안은 현재 법사위 법안소위 계류 중에 있다.

최우성 기자 rambo435@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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