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새해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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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새해 기자회견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0.01.0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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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정치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나라당 대표 정몽준입니다.

2010년 호랑이해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호랑이의 힘찬 기상이 넘치는 국운 융성의 해가 될 것입니다. 바라시는 소원 모두 이루시고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 하시길 기원합니다.

■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향해 질주합시다!

2010년 새해는 역사적인 상징성이 뚜렷한 해입니다. 경술국치 100년, 6.25전쟁 발발 60년, 4.19혁명 50주년, 5.18 민주화운동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36년이나 식민 지배를 받고 3년에 걸친 전쟁을 치렀지만, 어두운 역사를 대부분 걷어낸 지 오래입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공장을 짓고 민주주의를 완성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꺼번에 성공시킨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 뿐입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를 향해 나아가야 합니다. 활기찬 경제, 튼튼한 안보, 통합된 사회, 창조적인 문화가 어우러진 품격 높은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 더 이상 정치가 선진화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데, 정치는 오히려 위기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정치가 삼류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이상 정치가 선진화의 걸림돌이 되어선 안 됩니다. 새해 2010년을 정치 개혁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경제는 선진국인데 정치는 왜 후진국일까, 이런 의문은 저만 느끼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 국회를 보면 여야는 사사건건 물고 뜯습니다. 국회는 일년 내내 패싸움을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는 해외토픽감이 됐습니다.

의원들 개개인은 점잖은데도 이상하게 여야로 갈라지면 포악해집니다. 왜 이런 것일까요?

각 정당은 선거 때마다 '혁명적'인 수준의 물갈이를 해왔습니다. 국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정치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사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시스템을, 제도를 바꿔야 할 때입니다.

우리 정치가 이렇게 된 원인은 크게 봐서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국회의원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습니다.
의원들은 중앙당의 지시에 따라 획일적으로 움직입니다. 때로는 계파의 입장에 순응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둘째, 대선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적 환경 때문입니다. 권력이 편중되어 있는 현재의 제도가 여야간에 상시적인 투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셋째, 권위주의 시대에 통했던 관행과 의식에 지금도 얽매어 있기 때문입니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단지 야당이라는 이유로, 국민들이 지지하고 이해했던 때도 있었습니다. 또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도덕성과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그런 데로 국회의원 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옛날일이 되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의 의식과 행태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제도와 의식이 지속되는 한 우리 정치의 위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개혁이 필요합니다. 정치위기의 원인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국회의원들의 독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줄세우기 구태를 없애야 합니다.
당내 권력을 가진 몇 사람이 결정하는 공천 권한을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합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께서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좋은 제안을 하셨습니다. 국민들께서 참여하는 공천을 약속하셨습니다.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다만, 과거에도 시도한 적이 있는 상향식 공천은 각 정당의 재량에 맡겨서는 실천할 수 없습니다. 상향식 공천을 법에 강제조항으로 규정할 것을 제의합니다.

둘째, 편중된 권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본격적인 개헌논의를 해야 합니다.
87년 개헌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통일과 선진화 시대를 대비해 헌법을 새롭게 다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권력이 한 곳에 편중되지 않는 보다 더 좋은 제도를 모색해야 합니다.

여야 간에 개헌과 같은 중요한 주제로 대화와 협상을 하면 국회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올해 안에 개헌 논의를 마무리짓는다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헌안을 처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셋째, 권위주의 시대에 통용되던 잘못된 관행을 바꿔야 합니다.
현재 국회내 폭력금지 등 국회선진화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대화와 타협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수결의 원칙이 무시되어서는 안됩니다.

더구나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국회 내에서 폭력을 휘두른 의원은 가중처벌하고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는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합니다. 국회 선진화는 철저한 기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우리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했습니다.
지금 국회선진화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대단히 높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바로 논의하고, 바로 시행시기를 정해야 합니다. 야당 일부에서는 국회선진화 법안에 대해 일방통행식 다수당 횡포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의석이 많은 여당에 유리한 제도라고 폄하하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저는 법안 처리는 이번 국회에서 하고 법안의 적용은 다음 총선으로 구성되는 19대 국회부터 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이렇게만 해도 우리 정치는 한 걸음 발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정례적인 여야 회담을 제안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여당도 야당도 모두 변해야 합니다.

여야는 자주 만나야 합니다. 만나지 않으면 서로에게 괴물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연말 국회 상황을 보면서 야당이 왜 저렇게까지 하는지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야당 입장에서 보면 저희 여당이 야속한 적도 있었을 것입니다.

여야가 모두 변해야 합니다. 그러나 여당 대표인 제가 먼저,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하지 않았나 반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야 대표의 월 1회 정례회동을 제안합니다.

여야 대표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서 흉금을 터놓고 이야기한다면, 그 모습만으로도 상처받은 국민들의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입니다. 장소, 형식, 의제를 가리지 않겠습니다.

■ 당내 자정기능을 강화하겠습니다.

과거정권에서는 집권 중반기에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났습니다.
한나라당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당 내부의 자정기능을 강화하고 도덕성으로 재무장할 것입니다.

■ 행정구역 개편, 선거제도 개선 추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작년에 정치개혁이 지지부진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정치개혁은 국회의 몫이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정치개혁이야말로 국가 백년대계를 세우는 중대한 과업입니다. 행정구역 개편은 우리 지방자치를 선진화시키기 위해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도입과 같은 선거제도의 개선도 중요합니다. 선거가 국력 낭비와 국론 분열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행정구역개편, 선거제도개선은 올해 중에 매듭짓도록 하겠습니다.

■ 공천 혁명을 이루겠습니다. 여성의 정치 참여를 대폭 확대하겠습니다

정당이 할 수 있는 개혁중의 으뜸은 공천개혁입니다.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혁명 수준'의 공천개혁을 하겠습니다. 지역 당원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는 장치를 정착시키겠습니다. 공천 배심원제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 누가 보아도 수긍할 수 있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공천제도를 확립해 나가겠습니다.

여성의 정치참여를 과감하게 확대하겠습니다. 구미 선진국에서 보듯이 여성 정치인이 많을수록 부드럽고 타협적인 정치문화가 정착됩니다. 프랑스는 헌법까지 고치면서 "남녀동수법(La parit?)"을 만들어 지방의회 여성의원의 비율을 10%미만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고 합니다.

여성이 정치영역에서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는 것은 결국 나라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국회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방의회 선거에서 각 지역구마다 최소한 1인의 여성을 의무적으로 공천토록 하는 안을 의결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내부 심사과정에서 여성공천의 의무비율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대한 벌칙조항을 삭제한 것은 유감입니다.

■ 더 강도높게 서민중심정책을 추진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저희 한나라당은 서민으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입니다.

한나라당의 정책은 서민 중심입니다. 최고의 서민복지는 일자리입니다. 한나라당은 좋은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 내겠습니다.

비록 예산안의 처리는 늦었지만,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서민복지예산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르신과 장애인, 미취업 청년들과 주부를 위한 일자리 2만 3천개 창출, 전국의 경로당 5만6천 곳의 난방비, 노인요양시설과 틀니지원사업에 더 많은 예산으로 뒷받침해 드렸습니다.

보육예산을 더 많이 지원하고, 나라의 미래인 어린이들을 배고픔과 성폭력, 외로움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한 예산도 마련했습니다. 동네슈퍼 시설을 현대화하는 자금을 지원해 동네슈퍼를 살리고, 신용이 낮은 근로자에게 5백만원 한도에서 생계비를 빌릴 수 있도록 신용보증을 지원할 것입니다.

■ 학자금을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원포인트 국회를 제안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연말 국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오점을 남겼습니다.

금년 1학기부터 도입하기로 한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관련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107만명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마련해줄 길이 막혔습니다. 국회 과학기술교육위원회가 해야 할 일을 못해서입니다. 그러나 이제 와 잘잘못을 따져서 무엇하겠습니까.

여야의 동료의원들에게 제안합니다. 1월 중순까지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관련 법안을 처리합시다. 상임위 심의 후 본회의에 상정해 즉각 통과시킵시다.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대학 당국이 협조해준다면 가능합니다. 학생들의 등록 시한을 연장해주면 1학기부터 시행할 수 있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어린 학생에게 학자금을 줄 기회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 세종시, 이제 국회가 풀어야 할 과제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곧 세종시 발전안이 발표됩니다.

세종시는 지역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한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혁신도시는 차질없이 건설될 것입니다. 정부여당은 '더 좋은 세종시'를 만들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정부안이 나오는 대로 그 실효성을 철저히 따질 것입니다. 폭넓은 여론수렴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론을 결정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국회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차피 세종시는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야 할 문제입니다.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최선의 안을 도출하는 것이 국회에 주어진 과제입니다.

야당에 요청합니다. 정부의 안이 나오면 치열하게 토론합시다. 문제점을 꼼꼼히 짚어서 완성도 높은 대안을 만들어냅시다.

■ 좋은 정책과 좋은 인물로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성원해 주셔서 산적한 국정과제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선거는 승리해야 하지만, 승리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벼락치기 공부로 좋은 점수를 낼 수 없듯이, 한결같은 자세로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며 노력하겠습니다. 이번 지방선거에 좋은 정책과 좋은 인물을 내세워 국민들께서 믿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북한은 선군정치에서 선경제정치로 변해야 합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남과 북은 함께 잘 사는 통일의 길을 열어가야 합니다.

금년은 6.25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남북 관계는 특수한 이중적 관계입니다. 북한은 우리에게 교류와 협력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군사위협입니다. 북한은 선군정치를 내세워 핵개발을 하고, 서해에서 무력도발을 하고, 공공연히 대납 침략 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핵 보유국의 지위를 전세계에 요구하면서 미국과 평화협정을 체결하자고 합니다. 실로 걱정되는 것은 북한의 이러한 상투적인 선전선동에 대한 우리 사회 일각의 안일한 인식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단호히 대처해야 합니다. 동시에 북한에 선군 정치가 아닌 선경제 정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핵 폐기 진전에 맞춰 북한의 경제를 살리고,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우리는 더 많은 개성 공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해주와 원산 등에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이 대결이 아닌 협력의 길로 나오도록 모든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북한의 성의있는 응답을 촉구합니다.

■ 긍정의 힘으로 새로운 희망을 일굽시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해 우리나라는 경제대국 일본을 제치고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당당히 일어섰습니다. 원전을 외국에 수출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민족적 유전자가 작동한 것입니다.

새해 한나라당은 우리 대한민국이 선진화로 가는 민족 대장정을 국민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겠습니다. 경술국치와 6.25, 4.19 그리고 5.18의 시련과 영광의 역사를 모두 끌어안고 선진화의 시대를 열어 가겠습니다.

국민의 목소리 귀 기울이겠습니다. 진정으로 국민들께서 원하는 정치를 펼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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