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경찰, 4대강 반대 스님 폭행... 불교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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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 경찰, 4대강 반대 스님 폭행... 불교계 강력 반발
  • 이성훈 기자·석희열 기자
  • 승인 2010.01.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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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장 사과 및 책임자 문책 요구... 민주당, 정치사찰 의혹 제기

술 취한 경찰이 한밤중에 사찰까지 찾아가 스님을 폭행하는 사건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불교계는 강력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도 책임자 문책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27일 불교계 관계자에 따르면, 김포 용화사의 주지인 지관스님(50)이 지난 19일 자정쯤 술에 취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지관스님은 이날 밤 용화사 앞에서 의왕경찰서 소속 김아무개 경사와 경기경찰청 609전투경찰대 소속 이아무개 경사와 시비가 붙어 몸싸움 끝에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경찰 두 명으로부터 얻어맞은 지관스님은 코 주변의 뺨이 찢어져 병원으로 옮겨져 일곱 바늘을 꿰맸으며, 현재 동국대 일산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불교계는 경찰 폭행에 강력 반발하며 대응에 나섰다.

26일 불교계 단체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경찰청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등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또 경기경찰청을 항의방문하기로 뜻을 모았다.

대책위는 회의에서 "이번 일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야 할 공직자인 경찰관이 사찰이라는 장소에서 종교인인 스님을 폭행한 사건"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대책위는 "지관스님이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최대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저지에 앞장서 왔고, 현재 불교계 4대강 운하개발 사업저지 특별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엄중하게 대처해야 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교계의 대응에 경찰 쪽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경찰관들이 일부러 절을 찾아간 것이 아니라 부부동반 술자리를 가진 뒤 부인들과 함께 산책을 갔다가 고성이 오가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서로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다는 것.

경찰정 관계자는 "사건 발생 뒤 경찰관은 물론 의왕경찰서장 등이 찾아가 수차례 사과를 했고, 지관스님 역시 이를 수용해 일단락된 사건"이라며 "뒤늦게 다시 불거져 나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정치권은 술 취한 폭행 경찰을 찾아 엄중 문책하라고 경찰청에 요구했다.

유은혜 수석부대변인은 27일 논평을 내어 "MB 정권의 정부 정책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과 정치 사찰이 지관 스님 폭행에까지 이른 것"이라며 "4대강 공사 저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지관스님에 대한 경찰 폭행에 정치적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 부대변인은 "경찰청장은 이번 폭행 사건은 물론 정치 사찰의 전모를 신속히 밝히고, 공개 사과해야 할 것"이라며 "폭행자 등 관련자를 문책하고, 정치 사찰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무엇 때문에 술 취한 경찰이 사찰까지 들어가서 스님을 폭행했는지 경찰은 즉각 진상조사를 해서 국민에게 보고해야 할 것"이라며 경찰청장의 직접 소명을 요구했다.

이성훈 기자·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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