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 울리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 추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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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금 울리는 노무현 대통령 묘역 추모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0.03.21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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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시민들, 못 다한 말 박석에... "당신을 붙잡지 못한 죄 어찌 할꼬"

"부서질 걸 알면서도 거세게 부딪쳤고/ 짓밟힐 걸 알면서도 기꺼이 내주었다/ 최고에 올라서도 스스로 낮아졌고/ 바보라는 별명조차 더없이 좋아했다/ 영원히 함께 하련다, 바보 노무현"
"한 시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바람이 되셨나요? 전 바람개비가 되어 그 바람을 퍼뜨리겠습니다."
"첫사랑 그대, 편히 쉬세요. 바람이 불면 오신 줄 알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묘역 박석 추모글 중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주변에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으로 조성되는 박석(바닥돌) 1만5000개가 마감돼 3월부터 시공에 들어간 가운데 박석 추모문구의 일부가 공개돼 눈길을 끌고 있다.

21일 노무현재단에 따르면,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노 대통령 서거 당시 "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다"라고 통탄했던 DJ의 심경을 자신의 친필로 다시 소개한 뒤 이름을 썼다.

평범한 시민들의 박석 추모문구 가운데는 시를 뺨치는 수준의 심금을 울리는 내용이 많았다.

"부서질 걸 알면서도 거세게 부딪쳤고/ 짓밟힐 걸 알면서도 기꺼이 내주었다/ 최고에 올라서도 스스로 낮아졌고/ 바보라는 별명조차 더없이 좋아했다/ 영원히 함께 하련다, 바보 노무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장탄식과 함께 추억 속에서 임을 그리워하는 글도 눈에 많이 띄었다. "그리움 담아 눈물 모아 그저 얇은 돌 하나 당신 곁에 놓습니다", "생의 마지막 날까지도 당신편입니다. 자연의 한 조각으로 다시 만나길 바랍니다" 등의 애틋함을 전하며 눈물짓는 글도 있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불교계 어른 지관스님은 "一念普觀三世事 無去無來亦無住(갔지만 가지 않았네! 국민을 위한 불멸의 그 열정은)"이라고 쓴 친필 문구를 박석에 바쳤다.

원불교 최고 지도자를 지낸 좌산(左山) 이광정 상사는 친필로 쓴 글귀를 통해 "엄청난 정치적 수난을 겪으면서도 얄팍한 현실주의에 영합하지 않고 끝까지 원리원칙으로 이 시대의 중요한 가치를 일관되게 지키면서 역사적 과제들을 해결했다"고 노 대통령을 추모했다.

한명숙·이해찬 두 전직 국무총리는 각각 "당신의 뜻 우리가 이루겠습니다"(한명숙), "사람사는세상! 당신과 늘 함께하겠습니다"(이해찬)라고 추모글을 올리며 대통령을 그리워했다.

노 대통령의 고교 선배였던 신상우 전 국회부의장은 "벗으로 꿈으로 푸르름으로 늘 함께하는 님이여"라는 문구를, 감사원장을 지낸 법조계 원로 한승헌 변호사는 "그대의 꿈 만인의 가슴에, 당신의 사랑 역사의 숨결"이라는 글을 남겼다. 국정원장을 지낸 고영구 변호사는 "참으로 훌륭한 생애셨습니다"라며 먼저 가신 임을 추모했다.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쌓았던 지인들도 가슴으로 쓴 추모 문구를 남겼다.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당신의 뜨거웠던 삶을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힘든 고통도 나누려 했습니다"라고 가슴 절절한 사연을 짧은 글로 남겼다. 또 정치 생애를 늘 같이했던 김정길 전 의원은 "영원한 내 친구, 평생의 동지"라는 찬사를 보냈다.

고등학교 동창으로서 오랜 세월 친구로 깊은 교분을 나눈 원창희씨는 "친구, 당신을 붙잡지 못한 죄 어찌할꼬. 평생 이루고자 했던 아름다운 꿈, 사람사는 세상은 우리가 이루겠네"라고 통한의 글을 남겼다. 오랜 기간 후원회장을 지낸 이기명씨는 "영원히 당신 곁에 있을 내 영혼"이라는 짧은 문구로 친구를 그리워했다.

국민참여박석 제작 현장
지금 김해 봉하마을에는 국민참여박석 조성 작업이 한창이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4월 말까지 묘역 조성 및 박석 시공을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사진=노무현재단)
ⓒ 데일리중앙
측근에서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들의 추모글도 이어졌다. 노 대통령 서거 소식을 처음 국민들에게 전한 문재인 전 비서실장은 "이제 편히 쉬십시오"라고 했고,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죽어도 사랑할 겁니다"라고 썼다.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나의 우상, 내 청춘의 모든 것"이라는 짧은 한 문장으로 자신의 청춘에 불 질렀던 대통령을 노래했다.

노 대통령의 마지막 순간까지 봉하마을를 떠나지 않고 지켰던 참모들의 추모문구 역시 가슴을 울렸다. "함께해서 행복했어요"(윤태영 문용욱), "함께한 시간 정말 행복했습니다"(김경수), "다음 생에도 당신과 함께이고 싶어요"(양정철).

김우식 전 비서실장은 "귀한 뜻 결실을 위해"라는 추모문구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님은 바람을 거슬러 난 큰 새였습니다"라는 문구로, 영화배우 문성근씨는 "따라 살진 못하지만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로 대통령을 애도했다.

박지원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용서는 가장 아름답습니다"라고 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당신의 꿈을 가슴에 담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이재정 국민참여당 대표는 "통일이 되는 날, 다시 오소서"라는 추모의 마음을 바쳤다.

'노무현의 가치'를 계승하겠다는 다짐의 문구도 많았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불의에 맞서 승리하는 역사, 우리가 만들겠습니다"라고 했고,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국가균형발전의 꿈, 반드시 이뤄내겠습니다"라며 노무현 가치의 계승을 약속했다. 천호선 전 홍보수석은 "당신처럼 살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재단은 지난해 12월 14일부터 노 대통령 묘역 주변에 추모글씨와 이름을 새겨 시공할 박석 1만개(개당 5만원 이상)를 선착순으로 기부받는 캠페인을 시작했으나 2주 만에 1만개가 마감돼, 설계를 변경하면서까지 5000개를 긴급 추가해 마감했다.

노 대통령의 박석 후원금으로 기부된 돈만 9억여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노무현재단과 봉하재단은 4월 말까지 묘역 조성 및 박석 시공을 모두 마친다는 계획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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