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촛불시위 반성해야"... 2년 전 눈물은 악어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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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촛불시위 반성해야"... 2년 전 눈물은 악어의 눈물?
  •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 승인 2010.05.11 17: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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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아직도 정신 못차렸다" 대공세... 진보신당 "정작 반성할 사람은 대통령"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습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며 전국적으로 일어난 촛불시위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갈등과 분열이 적지 않다"며 2년 전 촛불시위를 언급했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촛불시위 2년이 지났다. 많은 억측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당시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고 지적했다.

"식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자신보다도 자녀의 건강을 더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습니다. 아무리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국가적 현안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이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국민들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습니다. 저와 정부는 이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쇠고기 협상을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하는 촛불이 서울 광화문과 세종로, 종로 일대를 한창 밝히고 있던 2008년 6월 19일 이 대통령은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 참회의 눈물을 보이며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촛불이 꺼진 지금, 대통령은 2년 만에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총리실과 관계 장관에게 촛불시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를 요구하는 촛불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2008년 6월 1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쇠고기 파동과 관련해 "국민의 요구를 꼼꼼히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데일리중앙
대통령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대해 야당은 "아직도 대통령이 촛불의 참뜻을 모르고 있다"며 대공세에 나섰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11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을 보며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자신을 돌이켜 봤다던 이명박 대통령이 2년 만에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며 "조변석개로 바뀌며 딴소리 하는 대통령의 말을 누가 믿고 따르겠냐"고 비판했다.

노 대변인은 '반성이 없으면 그 사회의 발전도 없다'고 한 이 대통령의 말을 '반성 없는 정권은 발전은커녕 국민의 심판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패러디해 대통령에게 돌려줬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단언하건대 반성해야 할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라며 "대통령이 이렇게 함부로 말을 바꿨으니 오늘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야말로 역사에 기록해야 할 일"이라고 꼬집었다.

창조한국당 김기성 대변인은 "촛불시위에 담긴 국민적 요구를 바라보는 반민주적 시각이 그대로 투영된 발언으로 이 대통령의 이중적 행태에 놀랍다"며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또 다른 촛불의 형태로 이어져 오만과 독선의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으로 새겨질 것"이라고 규탄했다.

진보신당 심재옥 대변인은 "대통령의 머릿속 지우개는 자신의 과오와 부끄러운 과거만 지워주는 특수기능 지우개인 모양"이라고 개탄했다.

심 대변인은 "2년 전의 촛불은 미국산 소고기 협상 자체만이 아니라 국민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이 사실상의 배후였다는 것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고 경고했다.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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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로우 2010-05-11 21:02:33
진짜 악어의 눈물이네. 언제는 저렇게 눈물을 보이더니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사회적 책임 운운하다니 참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