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재오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8번째 질문자로 나선 박지원 대표는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뒤늦게 '조금 더 엄격한 인사기준을 만들라'고 지시했는데, 이 것은 마땅히 이번 인사청문회부터 해당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오 후보자도 "그렇다"고 동의했다.
박 대표는 "마치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고 다음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자기는 밥 먹었으니 식당 문 닫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꼭 지켜주기 바란다"라며 이 후보자의 "알겟다"라는 다짐을 받았다.
이어 '정권 실세'로서의 부적절한 언행을 따끔하게 충고하며 줄기차게 호통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이 후보자의 국민권익위원장 시절 검찰 특강을 거론하며 "그때 장관급인 검찰총장을 뒤세우고 후보자가 앞서 걸어가는 모습은 굉장히 보기 안 좋았다"러며 "이번에도 인턴 견습총리를 세워놓고 실세 특임장관이 앞서 가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후보자는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두 사람의 질의 답변은 시종 긴장 속에 진행됐지만 이재오 후보자가 "예, 예"하며 고분고분 몸을 낮추는 바람에 별 파열음은 없었다.
박 대표는 이어 "오늘 보도를 보면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가 극비리에 회동했다"며 "인사청문회가 진행되고 민생과 남북문제가 이렇게 시급한데 대통령이 정권재창출 운운하는 것이 옳은 일이냐"고 몰아쳤다.
그는 "(대통령이) 설사 이런 말씀을 했더라도 청와대 비서들이 이런 것을 발표하니까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을 이따위로 모시니까 대통령이 실패하는 것"이라고 호통쳤다.
박 대표는 또한 이재오 후보자가 자신의 측근을 차관으로 데리고 간 데 대해서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저도 장관도 해 보고 정부의 실세였지만 저 좋은 사람을 차관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그것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해진 특임차관은 훌륭한 기자였고 저와도 가깝지만 특임장관이 가까운 측근을 차관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며 "이렇게 하니까 이재오 후보자에게 기대를 하면서도 우려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짓 하지 마라"고 충고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아무런 토시를 달지 않고 "알겠다"라고만 대답했다.
박 대표는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다짐받듯 "앞으로 월권하면 절대 용납 못한다"라고 했고, 이 후보자는 "잘 알겠다"라고 답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