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버스 "MB정권에게 '너희들은 안되겠다'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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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버스 "MB정권에게 '너희들은 안되겠다' 메시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07.31 20: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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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사태로 영도 민심도 두 갈래로 갈려... 경찰 입에서 "희망버스 새끼들" 막말

▲ 3차 '희망버스' 서울지역 참가자들이 30일 오전 11시20분 서울광장 앞에서 부산을 향해 출발하기 위해 준비된 희망버스에 오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30일 오후 6시40분,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 참가자들 가운데 37호차 탑승 일부는 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역을 지나 남포동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영도다리에서부터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조 접근을 막고 있는 경찰과 보수단체와의 불필요한 충돌을 피해 일찌감치 밤샘 집회 장소로 예정된 청학동으로 들어가기 위한 것.

그러나 남포동에서 영도구로 들어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길목마다 경찰이 배치돼 검문검색을 강화했고, 또 당장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달려들어 끌어내릴 듯한 기세로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이 영도다리 등에 전진 배치해 있었다.

잎서 버스로 이동한 일부 참가자들이 영도다리 앞에서 버스를 세우고 올라탄 보수단체 회원들과 소동 끝에 하차했다는 소식에 37호차 참가자들은 버스 대신 택시로 청학동행을 택했다.

부산에서 30년 택시기사를 했다는 김아무개씨는 경상도 특유의 거친 말투로 정부와 한나라당을 성토했다.

영도가 지역구인 김형오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 묻자 강렬한 대답이 돌아왔다. "이 카는데(이렇게 하는데) 누가 찍어주겠노. 인자 부산도 한나라당 깃발만 꽂으면 찍어주는 시대는 지났슴니더. 시민들이 많이 깼다 아임니꺼"라며 김의원과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 3차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30~3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 청학시장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며 밤샘 문화제를 열고 있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액을 쏘며 강제 해산에 나서겠다고 쉴새없이 경고했지만 집회를 보장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김 의원이 한진중공업 사태에 적극 나서지 않는 것은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 등 사측과 꿍꿍이속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희망버스 참가자들을 태운 택시가 영도구 봉래동 해동병원 앞 3거리에 이르자 경찰이 신경질적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택시의 진행을 막았다.

택시기사 김씨가 차창을 열고 "와 카능교?"라고 물었다.

이에 교통 경찰은 "희망버스 새끼들 때문이다. 안으로 못 들어가니 차를 돌려서 나가라"라고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자 김씨는 "머꼬? 먼데서 온 희망버스를 환영해야지 와 이카는데? 경찰이 아직도 정권의 개노릇이나 하고 있나"라고 말하며 혀를 끌끌 찼다.

열받은 경찰이 다가와 "빨리 차 돌리라. 희망버스 새끼들..."이라며 거칠게 대응했다. 경찰과 택시기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지자 주변에 있던 경찰이 다가와 "택시는 못들어가지만 여기서 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며 희망버스 참가자들에게 택시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가라고 권유했다.

버스 안에서도 한진중공업 사태와 희망버스 문제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영도 주민들인 듯한 시민 몇 사람이 희망버스에 대해 찬반 논쟁을 벌였던 것.

오후 7시30분께 1차 모임장소인 청학성당에 도착하자 이미 1000여 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같은 시간 7000여 명은 부산역에서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었다.

▲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31일 현재 207일째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내 85호 타워 크레인.
ⓒ 데일리중앙 석희열
그곳에서 만난 영도 주민들의 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는 반응도 둘로 나뉘었다. 희망버스 밤샘 문화제를 구경하기 위해 집회장에 나오는 주민들도 더러 있었다.

희망버스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경제도 경제지만 "제발 잠 좀 자자"고 하소연했다. 밤새도록 경찰과 맞서 데모하고 소리지르고 하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희망버스 행사는 밤새 난장 형식의 문화공연이 펼쳐져 주변 주택가에서는 잠못드는 밤이 이어졌다.

그러나 희망버스에 우호적인 주민들은 생각이 달랐다.

청학동 시장 앞 '희망버스' 집회장에서 만난 한 영도구 주민은 "희망버스 참가자들은 지금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에게 '너희들은 안되겠다'라는 강력한 국민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람사는 세상을 위한 희망과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국민의 꿈과 희망이 좌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희망버스를 탄압할 것이 아니라 조남호 회장을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30일 오후부터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정리해고·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한 3차 희망버스'는 31일 오후 끝났다. 희망버스 참가자들 가운데 일부는 영도에서 수해 복구 봉사활동을 펼쳤다.

▲ 전국에서 몰려든 1만여 명의 '희망버스' 참가자들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진입을 막기 위해 경찰이 30일부터 버스 수백대를 동원해 영도조선소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을 봉쇄했다.
ⓒ 데일리중앙 석희열
희망버스 기획단은 "한진중공업의 명분없는 부당한 정리해고를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기획단은 31일 영도구 한진중공업홀딩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가는 그날까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로 고통받지 않는 세상이 올 때까지 우리의 뜨거운 연대는 더욱 거대한 파도가 되어 몰아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해고가 철회될 때까지 4차, 5차 '희망버스'가 기획되고 진행될 것이라는 말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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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지호 2011-08-01 08:28:35
이놈의 정치권은 니탓 공방만 하고 하세월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한진중공업 문제 왜이토록 커지기 전에 해결 못했나? 김형오 당신도 이사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더 늦기 잔에 진실을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