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한미FTA 총력 저지 입장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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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한미FTA 총력 저지 입장 재확인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1.11.18 18: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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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회의, 사실상 결사항전 다짐대회... 송영길 시장 발언 성토

"민영환, 한규설의 길을 갈 것인지. 을사오적 길, 신묘오적의 길 갈 것인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바란다."
민주당이 이명박 정권이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려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저지를 위해 온 몸을 던지겠다는 비장한 결의를 재확인했다.

18일 모처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는 한미FTA 국회 비준 저지를 위한 총력 결의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먼저 손학규 대표가 대여 포문을 열었다.

손 대표는 "한미FTA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분명하다. 정부가 국회에 비준을 요구하기 전에 재협상을 하라는 것이고, 특히 ISD(투자자 국가소송제도) 조항은 폐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대표는 "대통령도 ISD 재협상을 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고 국가 간의 남는 것은 문서인 만큼 ISD 폐지를 위한 재협상을 시작하겠다는 두 나라 간의 합의를 장관급 이상의 당국자가 서명한 문서를 가져오라"고 거듭 이명박 정권을 압박했다.

온건 협상파로 통하는 김진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을 향해 강경 발언을 선사했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한나라당의 '조속한 처리' 당론에 대해 야당의 요구를 묵살한 '동문서답'이라고 혹평한 뒤 "한나라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이 책임지고 미국과의 재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국회에 와서 뜻을 밝힌 이상 통상교섭 당국이 대통령의 의지를 확실히 실천하는 서면합의서를 받아오라고 우리와 함께 촉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우리 민주당의 요구에 대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해주기 바란다"며 "이와 함께 FTA 때문에 민생현안 과제가 산적한 정기국회를 더 이상 마비시키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더 세게 나갔다. 1905년 11월 18일 새벽 2시 고종황제가 이토 히로부미의 강압에 못이겨 외교권을 일본 제국주의에 넘겨준 을사늑약이 이뤄진 날임을 상기시키며 한나라당 정권의 신묘오적을 거론했다.

"민영환, 한규설의 길을 갈 것인지. 을사오적 길, 신묘오적의 길 갈 것인지 두려운 마음을 갖기 바란다."

정 최고위원은 "100여 년 전 을사늑약이 5대2 다수결로 매각회의를 통과했다. 한나라당이 다수의 힘을 믿고 밀어붙인다면 이근택, 권준형, 이지용, 박제순, 이완용의 을사오적에 이어서 한나라당 내에 이 정부의 신묘오적이 탄생할 것"이라며 "역사를 두려워하라"고 경고했다.

정 최고위원은 이어 "민주당의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참여정부 때 한 일이기 때문에 입장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고, 이것이 당의 FTA전선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며 송영길 인천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 18일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왼쪽)이 한미FTA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데일리중앙
송 시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한미FTA)는 민주당 정권(노무현 정권)에서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ISD 관련해 "집권여당 시절 FTA를 추진했던 민주당이 그 때는 ISD가 독소조항인 줄 몰랐다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의 극치"라고 파격 발언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송 시장의 발언은 한나라당의 주장에 가까운 것으로 한미FTA를 통해 범야권이 총단결하고 있는 대여전선에 구멍을 내는 것으로 읽혀져 발언 배경에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FTA의 문제는 통합과 집결돼 있다. 어떤 사람이 참여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왜 통합하는가. 통합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며 "독소조항이 포함된 한미FTA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통합대상에서 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여전선을 약화시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송영길 시장과 안희정 지사 같은 인사는 야권통합에 함께할 수 없다는 말이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민주당 정부 시절에 FTA가 체결이 됐고 그때 민주당의 일부전신인 열린우리당에서 ISD와 관련해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해도 지금에 와서 잘못된 것이 분석이 되고 평가된다면 이 문제에 대한 시정과 정정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와 정당의 당연한 직무"라며 송영길 시장을 향해 직격탄을 쐈다.

그는 또 '비준 후 재협상' 카드를 내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한국법도 모르고, 미국법은 더욱 모르는 무지의 소치"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에게 천지분간을 못한다고 비난을 퍼부은 것이다.

조배숙 최고위원은 "우리는 대통령 말을 못믿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실언을 너무 많이 봐왔다는 것이다.

조 최고위원은 "한나라당은 대통령 제안의 거부를 강행처리의 명분으로 삶고 있지만 이것은 천부당만부
당 한 것이고, 어불성설이다. 대통령의 할 의지도 없고 실현의지도 없는 재협상 약속이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의 ISD 재협상 약속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ISD는 불평등 조항이고 문제가 있으니 재협상을하겠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며 '표결 처리'를 예고하고 있고, 박희태 국회의장도 더 이상 협상은 없다고 밝히고 있어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야의 벼랑끝 대치가 초읽기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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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 2011-11-18 21:00:54
국민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거늘 어디서 나라를 통째로 팔아먹을려고 하느? 이것들이 아직ㄴ소 정신을 덜 차렸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