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홍준표의 퇴장과 한나라당 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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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준표의 퇴장과 한나라당 진로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12.1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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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정치평론가 겸 칼럼리스트)

▲ 이병익 칼럼니스트.
ⓒ 데일리중앙
당내의 압박을 견디지 못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사퇴했다. 서울시장 선거 패배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일방 통과, 그리고 최근에 불거진 최구식 의원 비서의 선관위 홈페이지에 대한 디도스 공격 등의 악재를 떨치지 못하고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자발적인 사퇴라기보다는 당 안팎의 압박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부덕의 소치라고 표현을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홍준표 대표 혼자 책임을 질 일은 아니었다. 집단치도체제하에서 다른 최고위원들도 책임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홍대표의 쇄신 노력과는 별개로 한나라당이 처한 상황이 지도부가 바뀐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박근혜 전 대표의 전면 등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민들로부터 대권주자임을 인정받고 있는 박근혜가 나선다고 한나라당이 멍에를 벗어 던질 수 있다는 견해도 불명확한 기대에 불과하다고 본다. 대권주자를 보호하고 지켜야 할 한나라당이 박근혜를 가시밭길로 끌어 내리고 있다는 생각이다.

한나라당의 쇄신이 박근혜가 당대표가 나서면 해결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쇄신의 의미를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당이 체질을 개선하고 쇄신을 하겠다고 한다면 구성원 각자의 인고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의 자세를 갖지 않고서는 누가 당을 이끌어도 잡음만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당의 주요 인사들의 행태를 보면 책임을 떠넘기고 남 탓만 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었다.

안상수 대표 시절의 지도부가 물러날 때도, 홍준표 대표가 물러날 때도 최고위원으로 있으면서 자신들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책임을 공유했던 사람도 없고 당 대표의 책임만을 묻는 무책임한 최고위원들이 있다는 것을 안다. 당의 지도부라면 쇄신에 대해서 청사진을 제시하고 당대표를 설득해서 당이 바른길로 갈 수 있게 노력을 했어야 되는 것이다.

이제 한나라당은 재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준비위에서 당의 진로에 관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당헌, 당규를 개정하고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그런 뒤에 차기 당대표가 선출되고 당대표가 총선, 대선을 이끌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줘야 할 것으로 본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표 체제를 원한다면 박근혜가 나설 수 있는 명분과 여지를 만들어 줘야 한다.

한나라당이 다시 태어나는 길은 새로 출발하는 신생정당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하는 길 이외에는 없어 보인다. 기존 한나라당의 틀을 깨고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정치적 중립의 통치권자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한나라당의 쇄신과 맞물려 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의 한나라당에 동참하기 꺼리는 사람들은 탈당을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본다.

또한 내년 총선에서 현역 국회의원은 프리미엄을 버리고 공정한 심판을 받겠다는 다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역대로 신당을 창당할 때에는 신선한 인물의 등장을 보아왔다. 한나라당은 총선에서 지금보다는 왜소한 정당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인물 쇄신과 앞으로의 변화 여부에 따라서 제1당으로 다시 태어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야권통합이 실패하고 보수든 진보든 정당의 난립이 예상되고 있어 한나라당이 쇄신 후 재창당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우려가 기대로 바뀔 수도 있다. 정당의 이합집산은 늘 있어왔고 대선 때는 양당제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기대가 있어서 1당과 2당에서 대선 각축을 할 것으로 본다. 한나라당의 위기가 기회로 올 수 있다는 말이다.

한나라당은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민들을 편하게 살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목적이다. 왜 국민들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게 되었는지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가 잘못해서 여당이 책임을 덮어썼을 수도 있겠지만 정부와 보조를 맞춰왔던 과거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30대 40대의 변화에 대처하지 못했고 20대 청년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던 것에 대해서 다수로부터 멀어져 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소통의 부재는 치명적인 독이 됐고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알아야 한다. 소통을 일방적인 홍보로 생각하고 청년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했던 사실을 반성해야 할 것이다.

당내의 소통과 정치는 없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던 사람들과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은 사람들이 당직에 앉아서 자리 보전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사람들의 잘못이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부터 계파 간 갈등을 덮고 진정으로 국민의 공복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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