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는 박희태 국회의장이 13일 오후 사퇴서를 제출하고 쓸쓸히 국회를 떠났다.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며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안고 가겠습니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13일 오후 3시 국회 집무실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라며 고개를 숙여 국민께 용서를 빌었다.

다소 초췌한 모습의 박 의장은 "이번 사건에 대해 관행이었다고 변명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모든 것이 자신의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다.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모든 게 제 탓입니다."

그러면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하다"며 "그들에게만은 국민 여러분께서 큰 아량을 베풀어달라고"고 했다. 특히 김효재 수석이 자신 때문에 희생당하는 것 같아 가슴아프다고 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그러나 이것은 시대적 변화이고 국민의 요구인만큼 잘못을 과감히 타파하고, 법을 개정해서라도 깨끗한 정치 풍토를 만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염려와 걱정을 끼친 데 대해 다시 한번 용서를 구한다"며 "앞으로 국민과 국가만을 따르는 순민의 길을 묵묵히 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이번 돈봉투 사건을 애초에 몰랐느냐는 질문에 "정말 몰랐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알았다. 그 사실을 안 직후 사퇴를 결심했다"고 답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박 의장은 집무실에 잠시 머문 뒤 오후 3시30분 집무실을 나와 국회 본회의장 중앙홀에 미리 줄지어 서 있던 국회 직원들의 배웅을 받았다.

그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눈인사를 나눴고, 직원들은 "건강하십시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했다.

박 의장은 국회 의사당을 걸어 나와 취재진의 카메라를 보자 잠시 회한에 잠긴 듯 몇 초간 서서 의사당 쪽을 바라본 뒤 손을 흔들며 검정색 에쿠스 승용차에 올랐다. 박 의장을 태운 승용차는 정확히 13일 오후 3시33분 국회를 떠났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