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민주당 전정희 의원(익산을)의 국감 자료를 보면, 석유공사는 부실한 경제성 평가로 해외 자산 인수 과정에서 큰 손해를 끼친 해외 자문사에 200억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손해를 입고도 성공보수비라며 국민혈세를 낭비한 것이다.
석유공사는 2007년 이후 5년 간 메일린치 등 해외 대형 투자은행에 쏟아부은 돈이 2452만 달러, 우리 돈으로 27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영국 다나사에 대한 투자자문(78억원)을 제외하곤 대부분 투자 손실을 입어 1742만 달러(200억원)는 결과적으로 부실 자문료이다. 공사에 큰 손해를 끼쳤는데도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지급했다. 국민 세금이 아니고 제 돈이라도 이렇게 갖다 썼을까 싶을 정도다.
전 의원은 이날 석유공사에 대한 국감에서 "부실 평가로 해외 자산 인수 당시에도 자산 가치를 과다 평가해 큰 손해를 끼쳤음에도 석유공사는 계약에 따라 해외 자문사에 해마다 수십만 달러의 자문료를 지급하고 있다"며 "공사 본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손해를 보고도 해외 자문사 좋은 일만 시키는 해외자원개발을 이대로 계속해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석유공사는 또한 진행하던 사업이 중단되거나 실패해도 계약에 따라 자문료를 지급한 자문료 37만 달러(약 4억원)나 돼 이런 것까지 합치면 자문료 손실액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석유공사의 대표적인 자문사인 메릴린치는 2008년 우리가 미국 앵커광구를 인수할 때 부적절한 경제성 평가로 자그만치 5949만 달러의 큰 손해를 끼쳤다.
그럼에도 공사는 2009년 2월 또다시 주자문사로 메릴리치와 장기계약을 맺었고, 그해 메릴린치가 자문했던 캐나다 하베스트사를 인수할 때 3800억원을 과다 평가해 무리를 일으켰다.
전 의원은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사업에 초보단계여서 경험과 정보력을 가진 해외 자문사에 대한 의존이 크다고 해도 계속해서 부실 자문으로 큰 손해를 끼치는 자문사와 장기계약을 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은 "해외 자문사에만 의존하지 말고 공사가 운영하는 해외 사무소의 정보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확보하라"고 석유공사에 주문했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 쪽은 답변을 피했다.
석유공사 홍보실 한광옥 팀장은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전정희 의원의 지적은 지난번 감사원 지적에서 나온 얘기"라며 "지금 답변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석유공사 사장의 국정감사 답변 뒤 정리해서 브리핑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