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는 '뒷전'
상태바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는 '뒷전'
  • 송유정 기자
  • 승인 2012.10.24 11: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교폭력전문기관 치유학생, 피해학생보다는 가해학생 위주

학교폭력 예방에 묻혀진 피해학생들의 치유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민주당 유은혜 의원이 24일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학생에 대한 치유는 뒷전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월 교과부는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피해학생에 대한 우선적 보호와 치유지원을 신속하게 실시하고, 가해학생에 대해 엄격히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생활기록부 기재 등 강도 높은 대책이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강력히 추진했던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와 달리 피해학생의 인권과 치유는 소홀히 한 것으로 밝혀져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규정돼 있으며,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또한 동일한 법에 명시돼 있다. 따라서 가해학생에 대한 가장 낮은 수준의 조치는 '서면사과'이고, 피해학생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조치는 '상담 및 조언'인 것으로 밝혀졌다.

2012년 3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초·중·고 학교폭력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 건수는 총 1만7970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서면사과'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20.9%로 분석됐다. 이어 ▶사회봉사(17.1%)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14.6%) ▶학급 교체(11.6%) 등 다양한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동일 기간에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조치는 가장 기본적인 '상담 및 조언'에 머물렀던 것으로 밝혀져 관련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총 1만2017건의 피해학생에 대한 전체 조치 건수 가운데 '상담 및 조언'은 8971건으로 전체의 74.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기타 조치로는 ▶일시보호(8.6%) ▶치료 및 요양(6.1%) ▶학급 교체(1.8%)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교육당국은 말로만 피해학생을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치유한다고 했을 뿐이다"라며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세종시 제외)에 설치된 학교폭력전문기관 370곳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경북 46곳 ▷경남 39곳 ▷전북 34곳 ▷강원 32곳 ▷전남 26곳 ▷충북 25곳 ▷부산 20곳 ▷서울 16곳 등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전문기관을 통해 치유된 피해학생의 비율은 오히려 가해학생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돼 사회적 관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치유학생 가운데 피해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전지역(18곳)으로 44.2%로 나타났다. 이어 ▷인천(11곳, 41.5%) ▷대구(17곳, 38.4%) ▷전북(34곳, 38.2%) ▷경기(18곳, 35.9%) 순으로 집계됐다.

결국 총 370곳의 전문기관에서 피해학생의 비율은 평균 24.3%(3411명)로 나타났지만, 오히려 치유학생 가운데 가해학생은 1만61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육청에 설치된 Wee센터에서도 피해학생 치유는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학생 비율이 높은 편인 인천에서는 6곳의 센터 가운데 피해학생 치유는 아예 없는 곳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북도 16곳 센터 가운데 9곳에서, 서울도 16곳 가운데 10곳에서 피해학생 치유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피해를 당한 학생들을 시급히 보호하고 정신적, 신체적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법률의 취지인 '학생 인권 보호'에도 부합한다"며 "교과부는 피해학생의 인권을 위한다는 구실로 무리하게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만 매달리는 것보다 실질적인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와 치유부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유정 기자 ssyj0103@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