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국정원, 'NLL 대화록' 강제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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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나가는 국정원, 'NLL 대화록' 강제로 공개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3.06.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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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쿠데타에 가까운 항명사건" 강력 경고...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결단'

"이는 항명이다. 그것도 쿠데타 내지는 내란에 해당하는 항명에 해당한다. 국정원이 먼저 이런 의문에 대해 저희들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이는 법을 어긴 정도 아니고 법 위에 군림하는 자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국정원 헌정파괴·국기문란 사태가 점입가경으로 흐르고 있다. 법적 절차에 따라 공개하도록 돼 있는 2007년 10.4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국정원이 24일 강제로 공개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국정원 게이트 국정조사 요구에 'NLL 대화록' 카드로 맞불을 놓고 있는 틈을 타 국정원이 이른바 'NLL 대화록' 전문을 일방적으로 공개해버린 것. 지난 대선 개입 사건으로 촛불시위가 일어나는 등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갈때까지 가자'며 마지막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여야가 공개 여부와 방식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NLL 대화록'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애초 여야 정치권은 야권의 '선 국정원 국정조사, 후 NLL 대화록 공개'와 여권의 '선 NLL 대화록 공개, 후 국정원 국정조사'가 맞서왔다.

이러는 사이 궁지에 몰린 국정원이 2급 기밀문서인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전문을 일반 문서로 스스로 판단, 재분류해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강제로 배부한 것이다. 100여 쪽에 이르는 이 문건은 일부 언론에도 흘러들어간 것으보여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야당의 입장 표명 요구에 "나는 잘 모른다, 아무 도움도 받지 않았다" 취지의 발언을 했다.

국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급 기밀인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전문을 일반 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다"며 "국회 정보위가 지난 20일 회의록 발췌본(8페이지 분량)을 열람(새누리당 일부 의원만 열람)했는데도 서해 북방한계선, NLL 발언과 관련해 조작·왜곡 논란이 제기되고 있을 뿐 아니라 여야 모두 전문 공개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공개 이유를 밝혔다.

또한 "2007년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NLL 관련 논란이 제기되며 지난 6년간 관련 내용 상당 부분이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공개돼 비밀문서로 유지해야 할 가치도 상실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이어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1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NLL 대화록 전문 및 8페이지 분량의 발췌본을 강제로 전달했다. 국회 정보위 의원실을 돌며 강제로 배포에 나선 것. 국정원의 문건을 새누리당 정보위원들은 받은 반면 민주당은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수령을 거부했다.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국정원에서 일방적으로 NLL 문건을 일반 문서로 오늘 재분류해서 공개하려 한다"며 "야당 정보위 국회의원들에게 의원실을 돌면서 이 문건을 전달하려 했다. 국정원이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국정원특위도 국정원의 'NLL 대화록' 강제 배포에 대해 '쿠데타' '내란' '항명' 등의 거친 표현을 쓰며 격하게 성토했다.

"이는 항명이다. 그것도 쿠데타 내지는 내란에 해당하는 항명에 해당한다. 국정원이 먼저 이런 의문에 대해 저희들의 합리적 의심에 대해 답해야 한다. 이는 법을 어긴 정도 아니고 법 위에 군림하는 자세라고밖에 볼 수 없다."
 
신경민 국정원특위 위원장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렇게 규탄하고 "국정원이 자기 보호본능 때문에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국정원은 이제 그 존재 의미를 잃어버렸다"며 국정원 해체를 주장했다.

신 위원장은 "만약 국정원이 배후의 지시를 받은 것이라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면, 그 배후가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 그 배후가 청와대인지 새누리당인지, 그리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인지 각각 따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국정원이 어쩔 수 없는 지시에 의한 것이라면 이명박의 국정원과 박근혜의 국정원이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는 것"며 청와대를 겨냥했다. 국정원을 '불법의 극치' '엽기 국정원'으로 불렀다.

신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국정원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그러나 장외투쟁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25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모은 뒤 김한길 대표가 당의 입장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민주당의 현재 입장은 대통령기록물 공개는 법적 절차에 따라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국회의원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다루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문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국정원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가 제공한 녹음파일을 녹취해서 대화록을 만들었고, 그것을 청와대에 보고하면서 한 부를 더 만들어 가지고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그것이 대통령기록물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는 국정원과 새누리당 등에 "나중에 몰랐다는 변명을 하지 못하도록 법적 책임을 경고해 둔다"며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것으로 다루는 데 대해 강력 경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NLL 대화록 공개를 반기는 분위기다.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더 이상 논란을 막는 차원에서 NLL 대화록 전문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다"고 국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도 "진실을 밝혀서 소모적인 논란을 피하고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국정원의 결단으로 본다"며 "대화록의 내용을 보고 여야 모두 차분하게 대응 방향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6월 24일 원내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이번 대화록 공개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고심어린 결단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대화록 공개를 통해 과거 역사적 사실에 대해 여야가 소모적 정쟁을 하는 것에 마침표를 찍고, 국민들이 바라는 민생국회를 열어 나아가고, 남은 6월 임시국회가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민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예정하고 있어 남재준 정보위원장의 출석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여야간에 격돌 가능성이 커 파란이 예상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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