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학부모들 "정부의 구조활동에 절망" 분통
상태바
단원고 학부모들 "정부의 구조활동에 절망" 분통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4.04.18 09: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경근씨 구조현장 분위기 전해... "제대로 된 구조활동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아"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
진도 앞바다 여객선 '세월호' 침몰 대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이 구조당국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실종자 구조를 위한 제대로 된 구조활동이 이뤼지지 않고 있기 때문. 특히 생존자들이 몰려 있을 것으로 보이는 선실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사고 여객선 전체 탑승객 475명 가운데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2학년 학생은 325명, 이 가운데 현재 7명이 목숨을 잃었고, 243명이 생사을 알 수 없는 실종 상태다. 구조된 학생은 겨우 75명에 불과하다.

전체 실종자 271명 가운데 243명이 단원고 학생이고, 반면 구조된 인원 179명 가운데 단원고 학생은 75명이다.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세요. 움직이지 마세요. 움직이면 더 위험해요." "선실이 더 안전합니다."

사고 당시 세월호 선실 안내방송 내용이다. 이처럼 학생들의 피해가 일반 승객들에 비해 눈에 띄게 큰 것은 세월호 승무원들의 초기 대응 미숙 때문으로 보인다.

사고 현장으로 나가 구조현장을 지켜봤던 실종학생 학부모들은 절망을 느꼈다고 했다. 그많은 인원과 장비를 투입하고도 제대로 된 구조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구조당국은 유속과 수온, 수압 등을 핑계대며 선실 집입을 미루는 등 구조활동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금쪽 같은 시간은 자꾸 흐르고, 자식의 생사를 알길 없는 학부모들의 마음은 갈래갈래 찢어지며 타들어가고 있다.

단원고 학부모 대책회의 유경근씨는 18일 MBC 라디도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아직 우리 아이들 살아 있으니까 한시바삐 구조하라"고 요구했다.

전날 구조 현장을 지켜본 유경근씨는 현재 당국의 구조활동에 대해 "절망스럽다"고 표현했다.

그는 "구조가 미진하거나 좀 부족하거나 이런 게 아니고, 저희 입장에서는 구조가 거의 진행이 되지 않았다. 거의가 아니라 아예 진행이 안 됐다"고 말했다.

유경근씨는 "구조라고 하는 것은 그 배 안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구해내는 것인데, 아직까지 배 안에 단 한번도 진입을 한 적이 없다"며 "조금 더 정성껏 모든 과정에 임해달라"고 구조당국에 요청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 돌아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그 당시 비상실에 있던 해경(정보수사국장)은 지금 현재 열심히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내가 거기 있다가 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지금 현장에서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로는 유속이 너무 빠른데다 수온과 수압 그리고 시야까지 확보되지 않아 전문 잠수부들의 선실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한다.

유경근씨는 "저희가 그것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저 안에 분명히 우리 아이들이 살아 있다고 믿고 있는데 낮이건 밤이건 새벽이건 어느 시간에도 제대로 된 구조활동을 못하고 있다라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장에서 많이 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알고 있습니다만 그러나 저희에게 와서 이야기하는 설명하는 것하고 제가 현장에 나가서 보는 것하고는 너무나 상황이 딴 판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선 정말 화가 안 날 수가 없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대통령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대통령의 지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7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실종자 가족들의 "생존자들을 빨리 구해달라"는 요구사항을 듣고 현장에 있던 해양경찰청장 등 구조당국에 즉각 지시했다.

그러나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팽목항에는 현재 제대로 된 상황실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한다.

유경근씨는 "어느 누구도 상주하면서 우리와 함께 대화하는 사람이 없다. 시시때때로 바뀐다. 조금만 분위기가 격앙되면 도망가기 바쁘다. 어느 누구도 설명을 해주지 않고 그래서 어제 같은 경우는 저희가 민간잠수요원들과 함께 바다에 나가서 밤새 구조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지난 수요일 밤 12시 넘어서 학부모들이 배를 타고 사고 해역으로 갔다. 선수만 나와 있는 그 부분에 해경 단정들만 마치 빙빙 원을 그리면서 돌고 있더라. 저희가 막 소리를 치고 그랬는데 아무 반응도 없었다. 1시간 정도 머물다 돌아왔는데 저희가 탄 배가 사고 해역에서 조금 멀어지니까 빙빙 돌던 해경 단정들조차도 철수해버렸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곳에 돌아와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어보니까 그 당시 비상실에 있던 해경(정보수사국장)은 지금 현재 열심히 구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내가 거기 있다가 왔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며 항의했다."

▲ 세월호 침몰 대참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안산 단원고 학부모들은 구조당국의 구조활동이 절망스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진=KBS 방송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구조당국이 학부모들에게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도 않고 설명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해경 등 당국이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학부모들은 지금 정부와 구조당국을 향해 "저희들이 직접 확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믿을 수가 있겠냐"고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온 국민은 망망대해에서 사선을 넘나들며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 실종자들을 당장 구하라고 기원하고 있는데 구조 현장에서는 영 딴판인 셈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