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반대 주민들, 교황께 "한 말씀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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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반대 주민들, 교황께 "한 말씀만 하소서"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4.08.18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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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영문 편지 및 송전탑반대 티셔츠 전달... 교황 "하느님의 은총 간구" 응답

"765kV라는 엄청난 전류가 흐르면서 그 전자파로 인해 저희들의 육신에 어떤 병이 생겨날지 두렵습니다. 그리고 흐린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엄청난 송전 소음도 견뎌야 합니다."
"교황님! 부디 한 말씀만 하소서."

밀양 765kV송전탑 반대 주민들이 18일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하는 편지(국문과 영문)를 전달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이날 서울 명동성당에서 교황이 집전한 '평화와 화해의 미사'에 참석해 송전탑 반대 티셔츠와 편지를 전달했다. 교황과 주민들 간에 면담이 있을 것으로 예측됐으나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 등으로 별도 면담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4일부터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프란치스코 교황은 우리에게 치유와 위로,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교황의 눈은 높은 곳이 아닌 낮은 곳으로 향했고 그 눈이 향한 곳에는 늘 우리 사회 약자들이 있었다. 청와대가 외면한 사회 문제, 정치가 외면한 사회적 약자를 교황이 안아줬다.

특히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장애인, 용산 참사 유가족, 노동자, 송전탑 반대 주민 등 이 땅에서 박해받고 있는 이들의 상처입은 마음을 어루만졌다.

"765kV라는 엄청난 전류가 흐르면서 그 전자파로 인해 저희들의 육신에 어떤 병이 생겨날지 두렵습니다. 그리고 흐린 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엄청난 송전 소음도 견뎌야 합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교황께 전달한 편지에서 "저희는 10년간 공사를 막는 과정에서 한국전력과 공권력에 의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을 겪었으며, 그 과정에서 74세 되신 두 분의 노인이 분신과 음독으로 세상을 버리는 참혹한 일까지 벌어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이 모든 폭력이 정부의 잘못된 에너지정책, 구체적으로는 원전 확대 정책에서 기인한 것임을 깨닫게 됐다"며 "10년의 싸움 끝에 지금 밀양에서는 정부와 한국전력의 뜻대로 송전탑이 하나 둘 세워지고 있지만 저희는 여전히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저희들은 그저 살던 곳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었지만 그 꿈은 이제 불가능한 것이 되고 말았다"며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끝내 놓을 수 없는 저희들의 소망은 원전을 멈추는 것, 맘몬 숭배자들의 탐욕과 교만이 아니라 정의와 공평이 숨쉬는 세상을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께 도움을 호소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은 4박5일 방한의 마지막 일정으로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화해를 기원하는 미사를 집전했다. (사진=YTN 뉴스화면 캡처)
ⓒ 데일리중앙
주민들은 "지난 10년간 국가와 자본의 폭력으로 너무나 큰 상처를 입은 저희를 어루만져달라"고 했다.

그리고 원전 확대정책을 추진하는 이들을 향해 "이것은 옳지 않으니 중단해야 한다"는 그 한 마디를 해줄 것을 간구했다.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은 "10년의 투쟁과 패배, 상처 투성이의 육신으로 버티는 저희들은 주님을 기다리던 세리 자캐오의 심정으로 간절한 부탁을 올린다"며 교황의 축복을 당부했다.

교황은 이날 미사에서 "하느님의 평화와 은총을 간구한다"며 이 땅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기도에 응답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 땅에 화해와 평화, 일치의 메시지를 남기고 이날 오후 4박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출국했다.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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