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에 찔린 대구 버스기사... 승객 아무도 돕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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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에 찔린 대구 버스기사... 승객 아무도 돕지 않아
  • 허윤하 기자
  • 승인 2014.12.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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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112에 직접 신고해"... 승객들, '책임감 분산효과'

지난 8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에서 20대 여성에게 흉기로 찔린 버스기사를 당시 탑승 승객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자인 버스기사 허아무개씨는 현재 병원에서 봉합수술을 받고 치료중에 있다.

허씨는 10일 오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머리와 목 부근 등 10여군데를 칼로 찔렸다"고 언급했다.

당일 아침은 눈이 많이 내려 정상적인 운행을 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목숨을 위협당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허씨는 "(피의자인)손님이 교통이 혼잡한 가운데 승차를 하며 성질이 났는지 요금함에 동전 10여 개 정도를 집어던졌다"며 "요금을 던지면 어떡하냐고 말하자 심한 욕설을 내뱉었다"고 증언했다.

승차 후 맨 뒤쪽에 앉아있던 이 여성은 운행 도중 버스기사에게 다가가 주먹에 칼을 숨기고 공격을 가했다.

손으로 막던 허씨는 "처음에 주먹으로 때리는 줄 알았는데 주먹에 바로 칼이 쥐어져 있었다"며 "잠시 후 목 뒤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보니까 피가 많이 났다"고 설명했다.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버스에 탑승해있던 승객 중 아무도 허씨를 도와 준 사람은 없었다.

계속 당하기만 하던 허씨는 "버스 승객들이 참 야속하게도 전부 구경만 하고, 하물며 112에 신고도 안 해줬다"면서 "직접 한 손으로 흉기를 든 여성의 손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112에 직접 신고했다"고 답했다.

사건이 일어난 버스 안에는 7~8명의 승객이 있었지만 제지하거나 적어도 경찰에 신고해 준 사람도 없었던 것이다.

버스 운행 경력이 20년에 가까운 허씨는 그동안 취객이 몇 번 위협을 가한적이 있어 경찰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몇 번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억울한 점은 버스기사의 위험을 외면하는 승객들을 위해 오랜 세월 묵묵히 버스를 운전한데서 오는 헛헛한 마음이 아닐까.

사고가 나거나 생명이 위험한 순간에 도움을 청할 때는 다수의 사람에게 도와달라고 외치기보단 특정 인물의 인상착의를 가리키면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책임감 분산'효과에 의하면 여러 사람이 함께 있는 상황에서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몫은 그만큼 흩어지게 된다.

따라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으레 도와주겠지'하는 마음에서 방관하기만 하는 것이다.

과거 취객의 버스기사 폭행 사건이 빈번하자 대책으로 버스기사 좌석에 투명 아크릴 보호막을 설치해 오고 있다.

하지만 승객의 마음을 이끌어내는 데에는 물리적 방법을 동원하기는 힘들터.

보다 효과적인 대책 개발에 나서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허윤하 기자 yhheo616@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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