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생들 "우리가 왜 범죄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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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덕여대생들 "우리가 왜 범죄자인가"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7.08.3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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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실 점거 첫 재판... 손봉호 총장 "탄원서 제출하겠다"

"저희들은 무고한 학생들을 전과자로 만들려는 손봉호 전 총장의 복귀를 반대합니다. 저희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동덕여대가 교육권과 자치권이 살아 숨쉬는 진정 학생들을 위한 대학으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지키기 위해 싸운 학생들만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검찰의 공소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26일부터 학생자치권 보장 등을 외치며 138일간 총장실 점거투쟁을
벌였던 동덕여대 전 총학생회장 문수연(23)씨 등 5명에 대한 첫 재판이 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들은 폭력행위 및 주거침입 등의 이유로 기소됐었다.

문수연씨 등은 이날 모두 진술을 통해 대학 민주화를 위해 싸운 학생들이 정녕 범죄자이냐고 재판정을 향해 물었다.

이들은 "지난해 등록금 협상 도중 영문도 모른 채 총학생회가 부정선거라는 범죄를 저지른 집단으로 매도돼 학생자치권이 유린당했고 이 과정에서 학교당국은 학생들의 대화 요구를 철저히 거절했다"며 총장실 점거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공소장에는 총장실 점거 이유가 학생회 대표성 인정을 위한 것이라고 적혀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총장실 점거 이유는 손봉호 전 총장 체제의 전횡에 대한 저항이며 전체학생총회에서 수렴된 학생요구안 실현을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그러면서 "학교당국의 전횡과 부당한 탄압에는 눈감은 채 이에 맞서 저항하고 규탄하며 학생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싸운 학생들만 범죄자로 몰아가려는 검찰의 공소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동덕민주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동덕여대에 천막을 치고 손봉호 총장 복귀 반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앞서 동덕여대 총학생회와 교수노조 등 50여 명은 이날 오후 1시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무고한 학생들을 무혐의 처리하라고 주장했다.

권혜정 총학생회장은 "지난해 학생자치권을 되찾기 위한 동덕민주화 과정에서 학생들의 총장실 점거가 있었다"면서 "어떻게 이같은 대학민주화 투쟁이 범죄가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정창석 교수노조 동덕여대지회장은 "스승의 자리에 있던 사람이 학생들을 고발한 것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며 "손봉호 전 총장이 이 자리에 있다면 종아리를 쳐서라고 죄를 묻고 싶다"고 말했다.

2005년 당시 손봉호 총장에 의해 학보사 주간직을 해임당한 하일지 동덕여대 평교수회 회장은 "손봉호 전 총장은 지난해 총학생회를 부정선거를 저지른 범죄집단으로 몰았지만 아직도 어떠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이러한 주장과 공격에 대해 당사자인 손봉호 총장은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동덕여대 재단이사회는 지난 7일 임시 이사회를 오는 9월 1일자로 손 총장의 총장직 복귀를 결정했다.

손 총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자신은 학생들을 검찰에 고소고발한 적이 없으며,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학교의 대표자로서 총장실 점거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사실이지만 학생들이 재판정에 서는 것은 원래 의도한 바도 아니고 원하는 바도 아니었다"며 "학생들이 나로 인해 전과자가 되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이렇게 재판정에 서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사건 번호를 알려주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해 학생들의 선처를 당부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총장은 이사회 결정 대로 9월 1일 학교에 복귀할 것인지에 대해 "이사회로부터 아직 정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이사회에서 통보가 오면 그때 가서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동덕민주화를 위한 공동투쟁위원회는 이날 동덕여대에 천막을 치고 손봉호 총장 복귀 반대를 위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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