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산 편지 276] 청록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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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산 편지 276] 청록다방
  • 한상도 기자
  • 승인 2015.04.08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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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도(농부 작가)

▲ ⓒ 데일리중앙
님께서도 어쩌면 이 다방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안성기와 박중훈 하면 떠오르는 영화, 스타와 매니저의 따스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라디오스타>에 나왔던 영월읍내의 청록다방입니다.

오랜만에 다방을 보니 감회가 참 새로워집니다. 커피숍이나 카페에 밀려 지금은 보기도 힘들지만 제가 젊었을 때만해도 다방이 대세였습니다.

대학 새내기 때 첫 미팅을 한 곳도 다방이었고,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문을 닫을 때까지 앉아있던 곳도 다방이었습니다.

구질구질하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강의실 대신 죽치고 앉아있던 곳이기도 했습니다.

인연도 많고, 사연도 많고, 추억도 많은, 인생의 정류장 같은 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런 다방이 이제는 보기조차 힘들어졌으니... 지나간 제 젊음 또한 그런 것 같아 씁쓸하고 아쉬운 마음, 감출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저렇게 성업(?)중인 다방이 있으니 한탄만 하고 있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부슬부슬 비라도 내리면 일부러라도 찾아가 수족관 옆에 자리잡고 앉아 커피 한잔 마시며 조용히 지난 시
절을 반추해보고 싶어집니다. 낡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비와 당신'을 들으며...

이젠 당신이 그립지 않죠. 보고 싶은 마음도 없죠. 사랑한 것도 잊혀가네요. 조용하게 알 수 없는 건 그런 내 맘이 비가 오면 눈물이 나요. 아주 오래전 당신 떠나던 그날처럼......
 

한상도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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