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허태열·김기춘에게 뒷돈"...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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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허태열·김기춘에게 뒷돈"... 일파만파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15.04.1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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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특검카드 들고 박근혜 대통령 압박... 검찰, 불법자금으로 보고 본격 수사

▲ 만평=김진호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허태열·김기춘씨를 지목해 거액의 돈을 건넸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두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과 2대 비서실장을 지냈다.

두 전직 비서실장은 "맹세코 그런 일이 없다"며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돈을 건넨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까지 언급된 상황에서 검찰 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은 특검을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검찰은 이 돈이 불법 정치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성 전 회장의 장례식이 끝나는대로 본격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수사 결과에 따라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성 전 회장은 지난 9일 <경향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2006년 9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미화 10만 달러를 건넸다고 말했다. 이 때는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하던 시기였고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수행했다.

또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허태열 전 실장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현금 7억원을 줬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전 대통령)에게 패했다.

절묘하게도 성 전 회장이 죽으면서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허태열-김기춘 두 사람 모두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차례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국민들이 '왜 그랬을까'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는 정황이다.

야당은 한 목소리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새정치연합은 성 전 회장의 갑작스런 죽음에 애도의 뜻을 나타내고 그가 생을 마감하기 직전 세상에 남긴 충격적인 폭로에 주목하며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를 언급하며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핵심인사들에게 불법자금을 준 장소와 구체적인 액수가 나와 있다. 진위는 수사로 밝혀야겠지만 제공 대상자로 지목된 사람들은 국민 앞에 그 진실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검찰 수사 태도를 강하게 질타했다. 그리고 자원외교비리 의혹의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반드시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 나와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부의장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것은 얼마나 비장한 일인가. 진실여부도 밝혀지기 전에 중요 사건마다 당국이 피의사실을 외부에 흘려서 여론재판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치적 목적이 의심되는 비윤리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로 이명박 정부에서 저질러진 자원외교 비리 국정조사가 흐지부지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의장은 "자원비리 의혹의 솜털에 불과한 성완종 전 의원이 자살까지 하게 된 심각한 상황에서 몸통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문회에도 못나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우리 국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냐"며 "자원외
교비리 의혹은 국회 청문회와 재판을 통해서 남김없이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성 전 회장이 죽기 직전 돈을 건넨 대상으로 언급된 허태열-김기춘씨에 대해 "왜 두 분
이 초대, 2대 비서실장이 되었는지 공감이 될 것 같다"며 대통령 관련설을 우회적으로 제기했다.

주 최고위원은 특히 성완전 전 회장이 '내가 이렇게 그 큰 돈을 자발적으로 주었겠는가'라는 의미 있는 진술을 한 데 주목하며 "철저한 조사가 이뤄줘야 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허태열-김기춘 두 사람은 국민 앞에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성완종 전 회장의 안타까운 죽음 때문에 자원외교의 본질을 흩트려서는 절대 안 된다"며 "자원외교 핵심 5인방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이제는 김기춘‧ 허태열 전직 비서실장의 수사도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 자원외교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
ⓒ 데일리중앙
청와대 초대 비서실장과 그 다음 비서실장의 임명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성완종 전 회장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마침내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검찰이 죽음으로 웅변하고 증언하고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다시 덮으려 해선 안 될 것"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한 사람의 말이 거짓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직접 거명된 두 분은 국민 앞에 관련된 사실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고 성완종 전 회장의 진술과 관련된 검찰의 철저하고도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성완종 전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는데 자신이 표적이 됐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성 전 회장의 죽음으로 해외자원개발 비리에 대한 수사가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성 전 회장이 죽음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세상에 남긴 유서를 공개하고 특검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성완종 전 회장의 유서는 공개돼야 한다. 지난 정윤회 문건 유출 건과 관련해 자살한 최 경위의 사건 때도 유족을 협박해서 유서 공개를 막았다. 유서를 공개하고 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과 관련해서 특검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하는 사람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말하면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

추미애 최고위원은 성 전 회장이 이렇게 말하면서 "이 사회를 맑은 사회로 만들어 달라고 하고 죽음을 선택했다"며 "그렇다면 '성완종 리스트'가 분명히 있을 것인데 검찰은 그것을 제대로 밝히고 권력과 기업의 결탁과 정권실세의 부패를 새로운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득 최고위원은 "새벽길 집을 나서면서 마지막 인생을 황천길로 바꾸면서 그 심정이 어땠을까. 그러면서 모 신문사로 전화를 했을 때 무엇을 말하려고 했겠나. 자기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두 명이나 만들었는데 왜 계속 나만 가지고 이러느냐, 억울하다는 것 아닐까"라며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정의당은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당장 이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김종민 정의당 대변인은 "고인이 죽음으로써 밝힌 진실과 권력의 그림자에 숨은 이들의 변명 중에 어느 것이 진실인지는 국민들이 능히 알 것"이라며 "정황상 박근혜 대통령이 모르고 지나갈 수는 없는 일이라 짐작된다"고 말했다.

4.29재보선 서울 관악을 국민모임 정동영 후보는 성완종 전 회장의 폭로를 '박근혜 게이트'로 규정하고 검찰 철저한 수사와 함께 특검 실시를 요구했다.

정 후보는 "고인이 목숨을 걸고 밝힌 점, 돈을 건넨 정황 설명이 매우 구체적인 점 등으로 볼 때 진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렇게 주장했디.

새누리당은 이 사건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다만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쇄신모임 '아침소리'는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별도로 보도자료를 내어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자원외교비리 의혹과 관련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성완종 전 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지난 9일 새벽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간 뒤 이날 오후 북한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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