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재산 331억4200만원을 사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평생 성취한 재산을 사회에 다시 되돌려 놓겠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재산의 사회 기부를 위해 자신의 호를 따 재단법인 '청계'를 설립하고, 재단 설립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 재산을 재단에 출연해 청소년 장학사업과 소외계층 복지사업에 쓰이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은 2007년 12월 대선을 앞두고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한 대국민 약속을 1년 7개월 만에 지킬 수 있게 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까지도 야당으로부터 왜 재산 기부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정치적 공세에 시달려 왔다.

여야 정치권은 대통령이 자신이 국민과 한 약속을 늦었지만 지키게 돼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이 기부하는 재산은 ▲서울 서초동 1709-4 영포빌딩(토지 1245.80㎡, 건물 5791.91㎡) ▲서초동 1717-1 부동산(토지 1082.40㎡, 건물 596.89㎡) ▲서울 양재동 12-7 부동산(토지 651.70㎡, 건물 2745.79㎡) 등이다.  

기부금 331억4200만원은 한국감정원이 위 부동산을 감정 평가한 금액(395억원)과 이 대통령의 개인 예금(8100만원)에서 임대보증금 등 해당 부동산에 연계된 채무를 뺀 나머지 금액이다.

이로써 이 대통령은 서울 논현동 자택(감정가 44억2500만원)과 회원권 재산 4억8100만원 등 49억600만원을 남기고 자신이 성취한 모든 재산을 사회에 되돌려 놓게 됐다.

재단은 법인 설립이 다음달 초 마무리되면 이사장을 포함한 12명의 임원들이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재단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며 대학 동기인 송정호 전 법무부 장관이 맡는다. 재단은 월 9000만원의 임대 수입으로 장학사업을 시작할 방침이다.

이 대통령은 이번 재산 기부가 우리 사회의 기부문화 정착에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송정호 재단이사장은 "대통령의 재산 기부는 돈이 없어서 공부를 포기하거나 가난을 대물림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지론에서 나온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도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과 실천이 절실하다. 이는 많은 재산과 권력, 그리고 명예와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그동안 '재단설립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대통령께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실을 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계셨다"며 "최고 지도자 재임 중에 재산 대부분을 사회에 기부한 것은 세계 정치사에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재산 사회 기부와 관련해 지난 3월 발족한 '재단법인 설립추진위원회'는 그동안 5차례 회의를 통해 정관, 법인명칭, 사업목적, 임원 구성, 기부재산 감정 등을 논의하고 결정해왔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