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하천 어류, 수은 오염 심각... 전남의 6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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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하천 어류, 수은 오염 심각... 전남의 6배 수준
  • 류재광 기자
  • 승인 2017.07.0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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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권 의원 "낙동강 수질 악화 대책 시급"... 4대강사업이 낙동강 오염 확대?

[데일리중앙 류재광 기자] "넓은 백사장에는 꽁치보다도 큰 은어가 지천으로 깔려 있었고 일광욕을 즐기는 자라가 바위 위에서 한가롭게 망중한을 즐기던 낙동강이다.

풍요롭고 아름답던 영남인의 젖줄 낙동강이 지금은 썩어서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중금속과 독극물로 도배가 됐고 모든 생물체들이 살아갈 수 없는 사해와 같은 강으로 국민들의 생명마저 위협받는다.

낙동강 칠백리는 우리 인간들이 재앙을 키웠고 그래서 악마의 저주가 끝없이 내리고 있다. 슬픈 연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게시 글 중에서)

▲ 낙동강이 언제부턴가 중금속과 독극물로 생명들이 살아갈 수 없는 죽음의 강으로 변해가고 있다. 중금속에 오염된 물고기와 각종 조류, 재첩 등이 떼죽음의 재앙을 당하고 있다. (사진=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 데일리중앙

낙동강 상류를 중심으로 경북지역 하천에 사는 어류의 중금속 오염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6일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2012~2016년 내수면 어류 중금속 안전성 조사 자료에 따르면 경북 청송 구미 안동 상주 고령 청도 칠곡 문경 상주 경주 포항 등지에서 잡은 강준치 전어 강도다리 참게 등 내수면 어패류의 수은 검출량은 혀용치의 절반에 달하는 0.2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충청 0.1㎎/㎏, 부산 0.05㎎/㎏, 경남 0.15㎎/㎏, 전남 0.04㎎/㎏ 등 다른 지역 어류의 평균 수은 검출량보다 적게는 2.5배, 많게는 6배가 넘는 수치다.

또 2015년 환경부의 수은 통합모니터링 전국 평균치인 0.09㎎/㎏,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12~2015년 수산물의 수은과 메틸수은 조사 전국 평균치 0.06㎎/㎏와도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30일 낙동강 상류의 대표적인 지류인 청송 반변천에서 잡은 강준치의 수은 검출량은 0.8㎎/㎏로 나타나 허용치인 0.5㎎/㎏를 초과했다. 청송군 당국은 이에 따라 어업 중단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6월 29일 경남 김해시 대동면 낙동강 하류에서 잡힌 메기에서는 0.6㎎/㎏에 달하는 수은이 검출돼 부적합품 폐기 조치가 내려졌다.

지난해 여름철 낙동강에서 잇따라 벌어진 어류의 수은 허용치 초과 검출 사례 2건은 2012년 이래 국내 어류의 중금속 오염 조사를 맡고 있는 해수부 산하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의 공식 조사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사고다.

문제는 지난해 어류의 수은 허용치 초과 지역을 비롯해 낙동강 권역 일대에서 수은 오염의 위험성이 계속해서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강준치에서 0.8㎎/㎏의 수은이 검출된 청송군 반변천에서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이 9월 6일 추가로 검사한 결과 경북 평균치보다 높은 0.3㎎/㎏의 수은이 누치, 강준치, 메기 등 3가지 어종에서 나타났다.

이밖에 지난해 8월 29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미천에서 잡은 붕어에서 허용 한계치인 0.5㎎/㎏의 수은이 나왔다. 칠곡군 왜관읍 금산리 낙동강지선에서 잡은 메기에서도 0.3㎎/㎏의 수은이 검출됐다.

김현권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2015년 수은 통합모니터링 결과에서도 경북지역 어류의 수은 축적이 가장 심했다.

환경부는 지난 2015년 8월부터 9월까지 청주 대청호, 횡성호, 구례 섬진강하류, 충주호, 남양주 팔당호, 군포 반월지, 광양 백운지, 울산 선암지, 경주 안계지 등 전국 9개 저수지를 상대로 2015년 7월부터 9월까지 강준치 끄리 배스 쏘가리 누치 블루길에 대한 수은 검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경주 안계지에서 잡힌 끄리와 쏘가리의 수은 검출량이 각각 0.32㎎/㎏, 0.26㎎/㎏으로 나타나 나머지 8개 지역 하천·저수지 평균치인 0.08㎎/㎏과 큰 차이를 보였다.

끄리의 평균 수은 검출량은 청주 대청호 0.14㎎/㎏, 강원 횡성호 0.13㎎/㎏, 충주호 0.09㎎/㎏, 남양주 팔당호 0.04㎎/㎏로 조사됐다. 쏘가리의 평균 수은 검출량은 청주 대청호 0.17㎎/㎏, 강원 횡성호 0.2㎎/㎏, 충주호 0.13㎎/㎏으로 나타났다.

▲ 낙동강사랑 환경보존회, 안동 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6월 29일 세종시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동강 상류 안동댐 부근 물고기 폐사와 새들의 떼죽음에 대한 진상조사와 낙동강 최상류에 위치한 독극물, 중금속 배출공장인 영풍석포제련소 폐쇄를 촉구했다. (사진=낙동강사랑환경보존회)
ⓒ 데일리중앙

환경단체들은 중금속 오염의 원인으로 낙동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폐금속 광산, 석포제련소 등을 꼽고 있다.

한국환경공단이 2015년부터 2016년까지 경북 봉화군 일대에서 금, 은, 아연, 납, 수은 등을 생산하던 폐금속광산 15개소에 대해 정밀 조사를 벌인 결과 모든 조사대상 폐금속광산 인근(5km 이내) 농경지에서 중금속 오염도가 토양 기준치를 초과했다.

또 4개소 인근에서 수질 기준치 초과 사례가 나타났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올 들어 발간한 석포제련소 주변지역 환경영향조사 보고서에서 "봉화군이 실시한 토양오염정밀조사 결과 비소, 아연, 카드뮴, 구리, 납, 수은 등 6개 중금속이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해서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봉화군청은 이런 토양정밀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석포제련소 부지에 대해 토양정화명령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 하천 174개 지점과 호수 84개 지점 퇴적물을 조사한 결과 낙동강 상류지역에 위치한 안동댐 주변에서만 오염 정도가 '매우 나쁨'인 곳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된 4대강사업이 낙동강 상류지역 오염을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2010년 4대강사업의 하나로 수량 확보, 수질 관리와 댐 관리 경제성을 들어 안동호와 임하호를 연결하는 수로 건설 계획을 밝혔다.

이후 각기 다른 물이 섞이면서 생태계 교란 현상이 나타날 것을 우려한 시민단체, 환경단체, 지역 어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안동댐과 임하댐 연결 공사는 공사 중단을 거듭하며 논란 속
에 2015년 11월 완공됐다.

2009년 9월 안동대 연구진은 안동호 속 붕어, 그리고 임하호 속 붕어를 비교 검사해보니 안동호 붕어의 중금속 오염이 임하호에 비해 눈에 띄게 심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은 2016년 8월과 9월 임하호 유역 청송군 파천면 어천리 일대 강준치에서 수은이 각각 0.8㎎/㎏과 0.3㎎/㎏이 검출됐다. 2017년 4월 안동호 유역 안동시 예안면에서 잡은 강준치에선 수은 0.2㎎/㎏이 나왔다.

결국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결하는 수로가 개통된 뒤 안동호와 임하호 물고기의 수은 오염도가 역전됐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수은은 체내에 남아 쌓이는 중금속으로 허용치 이하일지라도 안전하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유해물질기준과 관계자는 "대도시 소매시장에서 구입한 어류에 대한 수은 오염도 조사과정에서 허용치를 초과한 사례는 없었다"며 "수은은 어린이의 신경세포를 퇴화시키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허용치 이하라고 해서 안전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
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최근 수은 섭취 허용치와는 별도로 어린이나 임산부를 위한 별도의 섭취량을 정해서 권고하고 있다. 어린이나 임산부는 어류에 대한 수은 허용치보다 훨씬 적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얘기다.

김현권 의원은 "1300만 영남 주민들의 식수 공급원인 낙동강 상류에서 잡은 물고기의 수은 검출량이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낙동강의 오염 실태와 원인 규명을 위한 대대적인 조사가 불가피하다"며 "해수부, 환경부, 식약처가 협력해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고 원인 규명과 함께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류재광 기자 hikyricky@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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