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노 전 대통령 상실감에 회한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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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상, 노 전 대통령 상실감에 회한의 눈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09.06.01 19: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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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침묵한 죄'에 빗대 자책

▲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미사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는 문희상 국회부의장. (앞줄 왼쪽)
ⓒ 데일리중앙 이성훈
문희상 국회부의장이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황망히 떠나보낸 데 대해 참회의 글을 썼다.

문 부의장은 이날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침묵한 죄'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노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을 회한이 서린 목소리로 한탄했다.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낼 정도로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했던 그는 위기에 빠진 노 전 대통령을 적극 구하지 못한 자신을 크게 책망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에 침묵했던 한 신부의 '침묵한 죄'에 빗대 인간적으로 괴로워했다.

문 부의장은 "오늘 아침에도 또 한번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마주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황망하고 비통한 눈물이 쏟아졌다.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들끓어 오른다"고 슬퍼했다.

또 지난 장례식 날 운구 행렬 속에서 누군가 외친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뭐하다가 죽고 나서... '라는 말을 떠올리며 "비수같은 그 말에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혀를 깨물고, 입술을 깨물며 걸었다. 복받쳐 오르는 회한과 자책에 눈앞이 가물거렸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후회했다.  

그는 "생각해 보면, 노무현 대통령님은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 학벌․재산․인맥으로 차별받는 보통사람들을 대신해 지배세력과 싸웠다. 나약하고 소심한 정치인들을 대신해 언론, 재벌, 검찰 등 한국사회의 거대권력과도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추억했다.

문 부의장은 이어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사람의 갑작스런 부재... 희망이 꺾이고 좌절이 몰려든 일주일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나를 대신해 싸워줄 위대하고 따뜻한 전사'를 잃었다"고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했다.

다음은 문 부의장의 '침묵한 죄' 글 전문.

    침묵한 죄

독재 나치의 광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독일의 한 신부가 있었다. 신부는 처음에 유대인들이 끌려가 처형되는 모습을 외면을 했고, 뒤이어 목사들이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도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는 생각으로 못 본 척 외면을 했다. 결국 그 독일 신부도 나치에 끌려가 사형대에 섰고 그 자리에서 신부는 '나의 죄는 침묵한 죄'라고 말했다.
...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거한 후 믿을 수 없는, 믿고 싶지 않은 일주일이 지났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악몽이길 바랐지만 현실이다.

오늘 아침에도 또 한번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과 마주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황망하고 비통한 눈물이 쏟아졌다. 슬픔과 분노가 뒤섞여 들끓어 오른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못 지키고 이렇게 떠나보낸 내 자신에 대한 분노, 무섭고 잔인한 이 시대에 대한 분노다. 한없이 후회스럽고 부끄럽고 부끄럽다. 이 애통한 심정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모르겠다.

500만이라는 전무후무할 조문객들과 서울시청에서 서울역까지 눈물로 노무현 대통령님을 따르던 사람들을 보았고 그 속에서 함께 걸었다.

생각해 보면, 노무현 대통령님은 지난 일주일 함께했던 그들과 나의 대리인이었다. 사회적 약자, 소외된 서민, 학벌․재산․인맥으로 차별받는 보통사람들을 대신해 지배세력과 싸웠다. 나약하고 소심한 정치인들을 대신해 언론, 재벌, 검찰 등 한국사회의 거대권력과도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우리를 대신해 싸워줄 사람의 갑작스런 부재... 희망이 꺾이고 좌절이 몰려든 일주일이었다. 우리는 모두가 '나를 대신해 싸워줄 위대하고 따뜻한 전사'를 잃었다. 

운구차의 행렬 속에서 문득 한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뭐하다가 죽고 나서... ' 비수같은 그 말에 귀가 아팠고, 머리가 아팠고, 심장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혀를 깨물고, 입술을 깨물며 걸었다. 복받쳐 오르는 회한과 자책에 눈앞이 가물거렸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던 노무현 대통령님은 결국 '반칙과 특권'의 비겁한 반격에 벼랑으로 몰렸고, 죽음으로 저항했다. 언론의 반칙, 검찰의 반칙, 정권의 서슬퍼런 특권이 결국 우리의 대리인을 죽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의 침묵이 그 안에 있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주제넘게 우리의 죄가 '침묵'이었다는 말은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나의 죄가 침묵한 죄라는 것은 말을 해야겠다. 침묵한 죄... 다시는 비겁한 침묵으로 반칙과 특권에 희생되는 제2의 노무현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 다짐에 다짐을 한다.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니고 패배가 아닐 것이다. 

그리고, 통합과 화합, 용서라는 말은 아직 쓸 수가 없다. 국민의 분노와 슬픔이 가라앉기도 전에, 그 원인이 해결되기도 전에 통합과 용서를 말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특히,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이용해 반칙을 일삼았던 일부 언론과 현 정권측의 발언은 더더욱 그렇다. 그 사람들만큼은 '원망하지 마라'는 대통령님의 유언을 더 이상 인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지난 1주일 우리는 살아있는 민주주의의 상징 한 분을 잃었지만 이제 우리 곁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민주주의와 양심의 상징을 보았고, 영원한 우리의 대통령을 만났다고 억지로 억지로 유일한 위안을 마음에 새기려 한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님이 서 계시던 부엉이 바위가 세상의 끝이 아니라, 꿈꾸고 바라던 '사람사는 세상'의 입구가 되길 매일같이 기도한다. 

"노무현 대통령님!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2009. 6. 1  국회부의장 문희상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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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률 2009-06-01 22:52:25
이제 와서 한탄한들 뭐하누.
참 사람들도 한심하다. 그렇게 외로워했을 대통령을 혼자 놔두고
죽음의 계속을 오를 때 너희들 뭐하다가 이제 와서 눈물 바람이냐.
국민들이 얼마나 어이없어 하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