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희로애락 없는 하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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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희로애락 없는 하늘 나라로
  •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 승인 2009.05.29 12:24
  •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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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추모 속 눈물의 영결식... 딸 정연씨 "아빠, 아빠!" 목놓아 오열

[3신 : 29일 오후 9시20분]

▲ 향나무 유골함에 담긴 노 전 대통령의 유해가 오후 8시45분께 아들 건호씨 품에 안겨 연화장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자신을 따르던 많은 국민들과 영원한 작별을 고하고 고통 없는 하늘 나라로 떠났다.

이날 고인의 마지막 길에는 수십만명이 눈물로 배웅했다. 수원 연화장에서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던 딸 정연씨는 "아빠, 아빠"를 목놓아 부르며 울부짖었다. 아들 건호씨와 부인 권양숙씨도 서럽게 오열했다.

오후 6시 28분 노 전 대통령의 관이 연화장 8번 화장로 앞으로 옮겨졌다. 관을 감쌌던 태극기가 벗겨지고 붉은 비단에 덮인 목관이 드러났다. 6시 31분께 흰 광목으로 묶인 관이 화장로로 들어갔다. 관 위에는 흰 국화꽃 3송이가 올려졌다.

권 여사와 정연씨가 한순간 주저 앉으며 엉엉 소리내어 통곡했고, 바깥에서 대형 스크린을 통해 이를 지켜보던 2만여 명의 시민들도 '노무현' 이름 석자를 절규하듯 외치며 오열했다.

이승에서 가족과 마지막 작별을 한 노 전 대통령은 70분 만에 육신을 훌훌 털어버리고 한 줌 재가 되어 돌아왔다. 

태극기를 두른 향나무 유골함에 담긴 노 전 대통령의 유해는 아들 건호씨 품에 안겨 오후 8시50분 수원 연화장을 출발, 고향 김해 봉하마을로 향했다.

수십만 추모인파... 고인의 마지막 길 눈물로 배웅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 안을 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네/ 아~ 우리의 승리/... / 어머님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고인의 유해는 이날 밤 늦게 봉하마을에 도착하면 부모님의 유패가 모셔져 있는 봉화산의 작은 사찰 '정토원' 법당에 임시 안치된다. 노 전 대통령은 49재가 열리는 오는 7월 10일 자택 근처 야산에 묻혀 영원히 잠들 예정이다. 장지에는 작은 비석이 세워진다.

"사람사는 세상이 돌아와/ 너와 내가 부둥켜 안을 때/ 모순덩어리 억압과 착취/ 저 붉은 태양에 녹아버리네/ 아~ 우리의 승리/... / 어머님 해맑은 웃음의 그날 위해."

치열했던 80년대의 언어가 녹아 있는 민중가요 '어머니'를 즐겨 부르던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현실에 많은 국민들이 슬퍼하고 있다.

자신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국민의 가슴에 묻힌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이제 우리는 그를 추억 속에서만 그리워하며 만날 수 있게 됐다.

[2신 : 29일 오후 2시10분]

운구 행렬 서울역 향해 출발... 수십만명 추모 물결
생전 모습에 '노무현' 외치며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거대한 장례 행렬 "잊지 않겠습니다"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를 뒤덮은 최대 50만명의 추모 행렬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며 서울역광장으로 향하는 운구차를 뒤따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구 행렬이 서울역을 향해 출발하고 있다.

40분 동안 서울광장에서 펼쳐진 노제를 마치고 오후 1시59분 서울역 분향소를 향해 장례 행렬이 천천히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

광장에는 '아침이슬'이 울려 퍼지고 있으며, 노란색 물결이 주변을 온통 뒤덮고 있다. 2000개의 만장과 수십만명의 시민들이 불꽃처럼 살다 간 그의 이름을 부르며 거대한 장례 행렬을 이뤄 운구차를 뒤따르고 있다.

앞서 도종환 시인의 사회로 진행된 서울광장 노제에서는 노란색 풍선 수십만개가 봄풀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르며 고인의 넋을 위로했다. 세종로 태평로 을지로 일대가 온통 추모 물결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경복궁에서 영결식을 마친 운구차가 오후 1시19분 서울광장으로 들어오자 최대 50만명의 추모 인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노란색 풍선을 흔들며 고인에게 예를 올렸다.

초혼식에 이어 안도현 시인과 김진경 시인의 추모시가 올려졌다. 아들 건호씨는 손수건을 꺼내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추모시가 낭독되는 동안 무대 위에서는 국립무용단의 진혼무가 펼쳐졌다.

추도 묵념에 이어 '상록수'가 전통 악기에 실려 연주되는 동안 소녀가장 출신의 장시아 시인이 노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유서를 낭독했다.

사회를 보고 있던 도종환 시인이 "노무현, 당신을 사랑합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고 울먹이며 외치자 광장은 노란색이 물결치며 울음 바다가 됐다. 딸 정연씨는 복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하는 듯 이를 악물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국민 가슴에 눈물 뿌리며 길 떠나는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
경북궁 앞뜰에서 영결식을 마친 노무현 전 대통령 운구 행렬이 노제를 지내기 위해 서울광장으로 들어오자 수십만명의 추모객들이 고인의 생전 꿈이 담긴 노란 풍선을 흔들며 예를 갖추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시민들은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 노무현' 등이 적힌 노란 풍선과 손 팻말을 흔들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운구 행렬은 서울역에서 차량으로 옮겨 탄 뒤 오후 3시30분께 고인의 유언 대로 화장을 위해 수원 연화장으로 향할 예정이다. 운구 행렬은 오토바이를 탄 경찰 경호대가 호위하고 있다.

유족과 장의운영위원회는 이후 수습된 고인의 유골을 향나무 유골함에 담아 봉하마을로 내려가 이날 밤 봉화산 '정토원' 법당에 임시 안치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노 전 대통령의 부모님 유패가 모셔져 있다. 

[1신 : 29일 오후 12시24분]

노무현 전 대통령 희로애락없는 하늘 나라로
눈물의 영결식... 한명숙 전 총리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23일 숨진 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그를 따르던 많은 국민들에게 이별을 고하고 희로애락이 없는 하늘 나라로 길을 떠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경복궁 앞뜰에서 3000여 명의 대내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이 열렸다.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고인은 영정 속에서 따뜻하게 웃고 있었다.

군악대의 조악 '영원한 안식' 연주로 시작해 고인을 기리는 묵념과 한승수-한명숙 공동장의위원장의 조사 순으로 1시간20분 동안 의식이 이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눈물로 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울먹이며 눈물의 조사를 읽자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정치적 동지였던 유시민 전 장관 등이 눈물지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일부는 감정에 복받쳐 소리내 울기도 했다.

한 총리는 조사에서 "노무현 대통령님. 님을 놓아드리는 것으로 저희들의 속죄를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가시는 길, 이승에서의 모든 것을 잊으시고, 저 높은 하늘로 훨훨 날아가십시오.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했습니다"라며 비통한 마음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이어 불교, 기독교, 천주교, 원불교 인사들이 종교 의식을 진행하며 차례로 노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랬다.

불교 조계종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반야심경을 염불하면서 고인의 극락왕생을 빌었다. 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권오성 목사의 예배와 고인을 하늘로 편안히 인도하는 조가가 울려 퍼졌다.

살아 생전 고인에게 영세를 주는 등 정신적 지주였던 송기인 신부는 찬송가가 불려지는 가운데 고별의식을 진행했다. 고인의 영혼을 천계로 이끌기 위한 원불교 이선종 서울교구장의 천도의식도 바쳐졌다.

종교 의식이 끝난 뒤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이 담긴 영상이 4분에 걸쳐 상영되면서 영결식은 절정에 이르렀다.

국민이 붙여준 '바보 노무현'이라는 별명을 제일로 좋아한다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들리고, 배우 문성근씨가 고인이 세상에 남긴 '유서'를 읽었다. 잔잔한 음악과 영상물이 상영되는 동안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백원우 의원, 이명박 대통령에게 "사죄하라"... 격앙된 분위기 연출

"저기 사람 지나가네."
아들 건호씨 등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각계 각층 시민들이 고인의 영전에 국화꽃을 바치는 헌화와 묵념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 부부의 헌화가 시작되는 순간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뒤에서 "사죄하라"고 외치면서 잠시 격앙된 분위기가 연출되는 등 소란이 벌어졌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달려들어 상황이 진정됐지만 이 대통령은 두어차례 고개를 돌려 이 광경을 지켜봤다.

헌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새 같이 날으리' '미타의 품에 안겨' '오제의 죽음' 등 5곡의 조곡이 잇따라 연주됐다.

추모 공연에서는 고인이 생전에 가장 아끼던 곡이자 직접 통기타를 치며 불렀던 노래인 '상록수'가 국립합창단에 의해 불려졌다. 또 강은일씨가 해금으로 '아리랑' '아침이슬'을 연주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추모했다.

"저기 사람 지나가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영결식을 마친 고인의 운구 행렬은 오후 12시24분께 경복궁을 떠나 노제가 열리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향했다. 서울광장 일대에는 수십만명이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여 있다.

석희열 기자·김주미 기자·주영은 기자·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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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량 2009-05-31 23:42:59
그래서 그렇게 사람사는 세상을 꿈꾸었나 봅니다.
고인의 영전에 국화 꽃 한 송이 바치지 못했지만
삼가 명복을 두 손 모아 두배로 세배로 빌겠습니다.
부디 하늘 나라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영생하세요.

승군 2009-05-31 00:57:23
그렇다 유영철도 동족일가? 동족이다.
한국은 삼면이 바다 해양자원도 북한의 두배 이상.
하늘이 준 기후와 토지 해양자원을 나눠라.
무엇이 이웃사랑인가?
지금 보면 개신교가 발벗고 나서서 퍼주기를 막고 있지 않은가?
안 도와준다고 그들이 핵을 안 만들겠는가?
그러나 지금과 같은 대결구도는 결국 못 사는 곳을 더 옥죄기만 하는 꼴.
북한은 창세기 11:8~9절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주님도 흐트시지 않은 민족임을 명심하자

코리아 2009-05-30 15:26:21
고인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세력은 국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고인을 경건하게 추모하고 떠나보내는게
산자들의 도리이고 예의다. 다른 마음을 먹는 세력이 있다면 용서치 않을 것이다.

진혹곡 2009-05-30 01:04:44
이제 무거운 짐 내려놓고 고단하신 몸 편히 쉬세요.

아고라2 2009-05-29 16:19:09
오래토록 가슴속에 댓돌이 누르는듯 그분을 여의고난 느낌은은 오래 갈것같다.
난 노사모도 아니고 그분을 생전에 지지한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퇴임후 너무 서민적인 그분의 모습에 반했었고 당당했단 그분이였기에 탄핵정국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에 섰었다.
이명박...듣거라. 한국말 알아들으면 듣거라.
다음 퇴임이후 과연 넌 어떤 죗가를 받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