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군당국의 초동대처 자료 공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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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 "군당국의 초동대처 자료 공개하라"
  •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 승인 2010.03.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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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엿새째 기자회견 열어... 초동대처·구조작업 과정 수십가지 의문점 지적

해군 초계함 천안함 참사 실종자 가족들은 정부와 군당국의 초동대처에 대한 자료 공개를 요구하고 나서 파장이 예상된다.

실종자가족협의회는 천안함 침몰 엿새째인 31일 경기도 평택 2함대 사령부 내 동원 예비군 교육관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어 "군의 초동대처와 구조작업 과정에 수십 가지의 의문을 갖고 있다"며 자료 일체의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대통령이 나서고 해서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알았다"며 "그러나 자체 조사해 보니 발생시점이나 초동대처 과정, 구조작업 과정, 침몰된 함미 탐색과정 등에 의문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항별로 큰 제목만 뽑아도 의문점은 수십 가지다. 제발 의문을 풀어달라"며 "군이 정식으로 우리의 의문을 해소하지 않으면 향후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 발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해군이 30일 사령부 안에 설치한 텐트가 병력의 숙영시설이 아니라 실종자 장례를 위한임시 분향소라는 주장이 제기돼 분위기가 격앙되기도 했다.

실종 최정환 중사의 매형 이정국씨는 "어제 해군이 설치한 텐트는 지원 병력의 숙영시설이 아니라 장례를 위한 임시 분향소였다는 것이 밝혀졌고, 해군 당국의 책임자가 이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던 시점은 아직 실종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하며 흐느꼈다.

이정국씨는 "군 당국은 절차의 편의를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하다 사고를 당한 대원들을 무조건 전사자 취급했다"며 "너무도 화가 나서 분향소를 강제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또 "3면이 바다인 대한해군이 잠수부들의 인체 내 수압 조절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감압장치(챔버)를 단 1대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이로 인해 구조작업이 늦어졌다"고 조류와 날씨 핑계를 대는 군 당국을 질타했다.

다음은 기자회견 뒤 가족들과 일문일답 내용.

- 앞으로 군 당국과 협상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협상은 없다. 여지도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구조작업을 마지막까지 요구할 것이다."

-30일 임시 분향소 설치 문제로 소동이 있었는데.
"(실종 최정환 중사의 자형 이정국씨) 어제 해군이 사령부 내에 설치한 텐트가 지원 병력의 숙영시설이라고 언론에 보도됐다. 하지만 텐트는 장례를 위한 임시 분향소였다는 것이 밝혀졌고, 해군 당국의 책임자가 이를 인정했다.

임시 분향소를 설치하던 시점은 아직 실종자들이 생존 가능성이 남아 있었던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군 당국은 절차의 편의를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하다 사고를 당한 대원들을 무조건 전사자 취급했다. 너무도 화가 나서 분향소를 강제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 분향소임을 확인한 군 당국의 책임 있는 자의 실명을 말해줄 수 있나.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해군에 관계되는 분은 분명하다. 또 철거 당시 군 관계자 누구도 숙영시설이라고 말리지 않았다."

-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한 의혹은 어떤 것들이 있나.
"대통령이 나서고 해서 모든 것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알았다. 대통령 말을 믿었다. 하지만 자체 조사해 보니 발생 시점이나 초동대처 과정, 구조작업 과정, 침몰된 함미 탐색 과정 등에 의문이 많다. 제발 이런 의문을 풀어 달라. 사항별로 큰 제목만 뽑아도 의문점은 수십 가지가 된다."

- 구조작업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사실상 전무라고 말했는데.
"(백령도에서 구조작업을 지켜 본 참관단 손수민 하사의 작은 아버지 손시열씨) 침몰 3일째 언론은 잠수사들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막상 현장에 가보니 군이 선수나 선미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더라.

잠수사 등은 실질적으로 열심히 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생존 여부는 물론 실종자들의 행적을 말해 줄 손수건 등 단서를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단지 선미 쪽에 잠수부가 들어가서 인도선 1개를 설치했을 뿐이다."

- 구조작업을 지켜보며 부족한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잠수부가 여러 명이 있지만 지속적으로 잠수할 수 있는 여건을 국가가 마련하지 못했다. 감압장치(챔버)도 1대 밖에 없었다. 백령도에서 구조작업을 지켜보다 나온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모든 언론사에 이런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 현지에서는 아무것도 일어난 일이 없는데 수색 작업이 활기를 찾고 선미에 공기를 투입하면서 우리 자식들이 잘 살아 있다는 듯이 보도했다. 오보다. 있는 그대로 방송해 달라.

잠수부가 120명 있으면 뭐하나. 잠수부는 1번 잠수에 활동을 10~15분 정도 하는데 물 밖으로 나오면 안전 문제를 확인하고 다시 활동해야 한다. 2인1조로 작업이지만 장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 만약 감압장치가 5대가 있었다면 2인1조, 5개조가 동시에 바다 밑에서 활동을 할 수 있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다."

- 군은 작업 중단의 이유로 조류와 날씨 등을 들고 있다.
"아니다. 감압장치가 광양함 1대 밖에 없기 때문에 늦어지는 것이다. 함미에 연결해 둔 로프가 그 증거다. 현장에 갔을 때 말한 것이 왜 로프가 1개 밖에 없느냐, 잠수부 인도선(로프)을 5개 이상 연결해 많은 대원들이 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가 감압장비가 1대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조 현장이나 국방부 이야기처럼 목숨을 걸고 현장에서 요원들이 고생하는 것 맞고, 정말 감사하지만 그들의 활동을 나라가 뒷받침 못하고 있다."

- 어선이 함미를 발견한 상황에 대해 말해 달라.
"함미 부분을 찾을 때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함미를 찾았다는 소식을 일요일 저녁에 접하고 다음날인 월요일 날씨가 좋고 조류도 잔잔해 엄청난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감압장치가 없어서 로프가 고작 1개 연결됐고, 잠수는 2인1조씩 1개조만 가능했던 것이다."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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