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4사, 역대급 14조원 영업이익... 한전은 누적적자 47조원
상태바
정유4사, 역대급 14조원 영업이익... 한전은 누적적자 47조원
  • 석희열 기자
  • 승인 2023.10.11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전, 2022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정유4사에 전기요금 6678억원 감면
정유4사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으로 한전의 영업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
사상 최대 영업이익 대기업에 원가보다 싸게 전기 공급하는 구조 개선해야
한전 "전기요금은 원가부분도 반영되겠지만 정책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것"
이장섭 의원, 국감에서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획기적인 개편 요구할 예정
한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며 감면 혜택을 안긴 국내 정유4사가 14조원의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변 한전은 47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copyright 데일리중앙
한전이 원가 이하로 전기를 공급하며 감면 혜택을 안긴 국내 정유4사가 14조원의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전은 47조원이 넘는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국내 정유4사(SK에너지·현대오일뱅크·GS칼텍스·에쓰오일)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감면으로 2022년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약 6678억원의 전기요금 혜택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정유4사의 전기요금 감면 혜택으로 한전의 영업적자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정유4사가 역대급 영업이익을 올리는 동안 한전은 2021년 이후 누적 적자 규모가 47조원으로 불어났다.

국회 산자위 민주당 이장섭 의원이 11일 한국전력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국내 정유4사가 누린 전기요금 감면 혜택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구체적으로 2021년 약 913억원, 2022년 약 4499억원, 2023년 상반기까지 약 1267억원의 전기요금을 감면받은 걸로 확인됐다.

국내 정유4사가 한전으로부터 원가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전력을 공급받는 동안 국내 휘발유 및 자동차경유 등 국내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정유사들은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전력공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정유4사는 2021년 각각 kWh당 93.99원(SK에너지 ), 95.18원(현대오일뱅크), 96.83원(GS칼텍스), 93.59원(에쓰오일)의 단가로 전력을 사용했다. 2022년에는 각각 kWh당 97.18원 (SK에너지), 98.62원(현대오일뱅크), 101.18원(GS칼텍스), 97.19원(에쓰오일)의 단가로 전력을 썼다. 2023 년에는 상반기까지 각각 kWh당 137.60원(SK에너지), 139.10원(현대오일뱅크), 141.23원(GS칼텍스), 139.07원(에쓰오일)의 낮은 단가로 산업용 전력을 사용하며 2년 반 동안 약 6600억원이 넘는 전기요금 혜택을 누렸다.

올해 상반기 한전의 전력구입단가가 kWh당 162.1원임을 감안하면 국내 정유4사는 원가보다 kWh당 21~25원 더 싸게 전기를 사용한 셈이다.

정유4사는 최근 급등한 국제유가를 반영해 높은 가격에 정제제품 등을 판매하며 역대급 실적을 내고 또 원가 미만의 낮은 전기로 정제시설을 가동하며 영업이익을 극대화시켰다.

실제로 정유4사는 지난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속에 14조1762억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SK에너지가 3조998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GS칼텍스 3조9795억원 ▷에쓰오일 3조4081억원 ▷현대오일뱅크는 2조7898억원 순이었다.

2021~2023년 한전의 정유4사 전력판매실적. (자료=한국석유공사, 구성=이장섭 의원실)copyright 데일리중앙
2021~2023년 한전의 정유4사 전력판매실적. (자료=한국전력공사, 구성=이장섭 의원실)
ⓒ 데일리중앙

정유4사가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동안 국내 휘발유 및 자동차경유 등 국내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정유4사의 영업이익은 고스란히 한전의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한전의 적자는 2021년 5조8000억원, 2022년 32조6000억원, 2023년 상반기 8조4000억원으로 2021년 이후 누적 적자 규모가 47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런데도 한전은 정유4사 등 대기업에게 원가 이하의 전기 공급 관행을 바로잡거나 시정할 생각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제도개선보다는 전기요금이 결정되는 절차와 과정을 얘기하며 이해해 달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한전 관계자는 <데일리중앙>과 통화에서 "전기요금은 한전만의 의사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한전이 의견을 제시하면 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까지 절차를 거쳐서 최종 결정되는 부분이라서 저희가 결정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에 계속 특혜를 주는 게 맞느냐'고 묻자 "전기요금은 원가 부분도 반영돼야 하겠지만 정책적인 부분도 고려하는 것이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러가지 요인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한전의 역마진(전력을 원가보다 싸게 파는 것) 구조가 개선됐느냐는 질문에는 "오는 11월 중순 3분기 결산 자료가 나오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휘발유에 대한 유류세를 25%, 경유 및 LPG에 대한 유류세를 법정한도 최대인 37%까지 이번 달 말까지 인하할 방침이다. 다만 소비자물가 인상과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유류세 인하를 올해 말까지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장섭 의원은 "정유 4사가 약 30개월간 7000억원에 가까운 전기요금 혜택을 누렸음에도 민생 안정을 위한 유류세 인하 정책에는 매우 인색했다"고 지적하며 "국민이 유류세 인하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투명한 정유 시장 유통구조 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장섭 의원은 올 국정감사에서도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문제를 거론하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획기적인 개편을 요구할 예정이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