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세훈발 눈물은 루비콘강으로 흘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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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세훈발 눈물은 루비콘강으로 흘러가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8.2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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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암(문학평론가)... 그 눈물이 '악어의 눈물'이 아니었다고?

▲ 오세훈 서울시장이 8.24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사흘 앞두고 지난 21일 서울시청 기자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감정이 복받치는 듯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충심을 믿고 투표장으로 나가달라고 호소했다. (사진=서울시)
ⓒ 데일리중앙
서울특별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기간 동안은 살벌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한나라당 서울특별시당의 문자메시지는 처음에는 투표를 독려하는 수준에 전화번호가 찍혔다. 24일 투표마감  시간이 임박해오자 이러한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투표마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투표에 꼭 참여해 주시고 지인 10명 이상 독려 바랍니다. 8/24 5;12 PM 1004" 떡 줄 놈은  요동조차 않는데 거기다 10명도 아닌 '10명이상' 을 투표장으로 끌고 가라고. 실물경제의 어려움에 서민들은 먹고 살기도 힘든 마당인데 말이다.

그 시간이면 승패가 죄우되는 시간대다. 정치후진국 위정자 그들이 만든 선거법이 무서운지  가면 뒤에 숨어 그것도 1004(천사)라는 발신지를 남겼다. 한나라당은 다급하긴 다급했던 모양이다. "내가 너네들 졸(卒)이냐. 투표를 하고 안 하고는 내 마음이다. 속된 말로 놀고 있네. 뭐 잘한다고 10명 이상을 끌고가! 이래라 저래라 하냐" 고 지인과 함께 비아냥거렸다.

퇴근 시간대 투표장에는 넥타이 부대들도 없는 한산함 그 자체였다. 오후 8시가 넘자 셀러폰의 액정에는 투표율 25.7%란 숫자가 떴다. 그리고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의 고개 숙인 모습에 "안타깝다.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 는 자막을 보는 2011년.8월 24일 서울시민의 하루였다. 그 쇼에 덩달아 힙을 흔들 수 없는 짓거리는 끝이 났다. 서울은 찬반 간에 널브러져 있는 전쟁터의 상혼만 남았다.

독불장군 오세훈 서울시장. 자신의 당과도 협의없이 자행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는 애초부터 헤어날 수 없는 독불장군의 무덤이었다. 그가 흘린 눈물은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 이 아니고 무엇이었단 말인가. 단지 콧물까지는 흘리지는 않은 것 같아 '악어의 눈물 증후군(crocodile tears syndrome)' 만 아니었을 뿐이다.

악어의 첫사랑에서 '오로지 한 길 만화만을 위해 질주' 하는 주인공처럼 대선출마 포기와 서울시장직 사퇴란 배수진까지 쳤었다. 그러나 투표를 하고 안 하고는 서울특별시민의 몫이 아니었던가. 참혹한 결과는 제 덫에 걸린 새앙쥐를 연상케 한다.

그 새앙쥐가 불쌍해서일까. 투표결과에 한나라당 수뇌부는 "25% 넘겼으니 사실상 승리!" 또한 청와대는 "선전했다" 는 자화자찬의 꽃노래를 부른다. 패장이나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한다. 그럼에도 국민들에게 부끄러움은 없어 보인다. 그래야만이 '선전' 이니 '사실상 승리'  란 말이 혓바닥에서 춤을 추지 않을까. 수석침류(漱石沈流)도 유분수이다.

진짜 그럴까. 좌우파를 떠나 아이들 급식문제가 최우선이었다면 왜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겠는가. 고래(古來)로 우리의 전통은 이렇다. "음식 끝에 비위가 상한다" 고 말이다. 아이들 밥 가지고 치사하게 빈부에 따라 편가르기 한다는 발상 자체부터 잘못된 것이다. 다시 말해 "있는 집 아이들은 자비, 없는 집 아이들은 공짜" 라는 등식은 도리어 동심을 멍들게 한다는 점이다.

오세훈 시장 그는 보수의 아이콘(icon)도 아니었다. 그렇게 홍보전을 벌이면서 악어의 눈물에도 불구하고 유권자 4명 중 1명만이 투표했다는 것은 잘못된 시정과 집권당이 민심을 잃었음에도 겸허한 자세는 없었다는 점을 깨우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이 우려스럽다.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 좌파정권에 넘겨줄까 겁부터 나는 형국이다.

그러면 어쩌나. 신에게 봉기하여 대천사 '마카엘' 과의 맞대결에 패배하여 추방된 '사탄' 처럼 추방돼야 하나. 그렇다. 서울시민을 불모로 한 도박으로 좌우로 편가르기한 죄(?)로 그는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위정자나 고관대작들이 뱉은 말은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만이 국민들에게 영이 서는 법이다. 이제 서울시민은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자 한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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