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올 것이 왔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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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올 것이 왔다'고 말한 이명박 대통령
  • 데일리중앙 기자
  • 승인 2011.09.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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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익(데일리중앙 객원 칼럼니스트 겸 정치평론가)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추석맞이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전문가들과 대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 데일리중앙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KBS를 통해 생중계된 추석맞이 특별기획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안철수 현상'에 대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권의 불신을 자초한  사태에 대해서 책임을 정치권에 두는듯한 발언으로 본다.

이어서 정치권에 대한 변화 요구가 안 교수를 통해서 나온 것이라고 하면서 스마트 시대가 왔고 국민은 앞서 가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으로부터 50년 전 박정희 장군이 주도한 5.16의 상황이 떠올랐다. '은인자중하던 군부가 일으켰던 5.16'에서 등장하는 당시의 대통령이었던 윤보선은 "올 것이 왔다. 군사혁명은 불가피한 것이다. 사태를 잘 수습해 달라". 이 말은 두고두고 역사의 기록에 남아서 5.16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쪽의 논리로 이용됐던 것이다.

'올 것이 왔다'의 의미는 '기대나 희망은 하지 않았지만 순순히 받아 들인다'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상황을 잘 알고 타파하고 싶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 기대수준이 높아졌음에도 정치는 변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수준 이상으로 대통령의 인식은 깨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를 불신한다고 스스로 말한 적이 있다. 여의도 정치와 선을 긋고 싶어했다. 대통령 취임 이후부터 가졌던 생각이다. 그래서 정치권의 주장이나 요구에 대해서 의도적으로 멀리 했다는 정황도 여러차례 감지됐던 것이다. 대통령의 여의도 정치에 대한 불신이 당,정의 협조관계를 원활하게 하지 못했던 원인이 됐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실용을 중요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국회가 청와대와 균형과 견제의 능력을 할 수 없었던 원인이 되기도 했다.

▲ 칼럼니스트 이병익씨.
ⓒ 데일리중앙
대통령은 정치가 불신을 받는 원인의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대다수 국민의 뜻을 거스리는 일들을 청와대가 앞장서서 진행하고 청와대의 뜻을 아무 조건없이 따르는 국회의원을 편애하고 진실을 밝히는 일을 미루고 또 공권력으로 밀어붙이고 하는 일들이 정치 불신이고 청와대 불신이 아닌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정치는 국회만 하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청와대도 일상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정치 불신으로 '안철수 현상'이 생겼다면 정치 불신의 책임은 1차적으로 대통령의 책임인 것이다. 그런데 대통령이 안철수 교수와 같은 비정치적인 사회운동가의 등장에 남의 일인 듯 '올 것이 왔다' 라고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회의원들의 무책임, 패거리정치, 정치력 부재, 소통 부족 등 자질의 문제는 국민들도 인식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의 부족한 정치력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나름의 평가가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대통령이 말한 '올 것이 왔다'라는 인식은 매우 무책임하고 방관적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5.16 당시에 '올 것이 왔다' 고 말한 윤보선 대통령과 안철수 현상에 대해서 '올 것이 왔다' 라고 말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현실 인식은 궤를 같이 하는 것인가? 윤보선 전 대통령은 책임을 지고 물러났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신중해야 한다. 말의 파급 효과는 그 파장이 매우 크다. 대통령 자신이 포함된 정치권의 불신에 대해서 반성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산적한 현안 문제에 대해서 능동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불신을 초래한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불신을 받는 정치의 원인에 대해서도 숙고를 하여 고쳐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이 원인을 진단하였으니 처방은 청와대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숙제이다.

앞서가는 국민들을 어렵고 피곤하게 만들지 말고 국민과 소통하면서 좋은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정치 불신은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초래한 것이 더 많다.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정도를 인식한다면 빨리 해결해야 할 일들을 찾아보기를 바란다.

데일리중앙 기자 webmaster@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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