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마지막 숨통 끊다
상태바
경남도의회, 진주의료원 마지막 숨통 끊다
  •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김용숙 기자
  • 승인 2013.06.11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산조례안 90초 만에 날치기... 야권, '원천무효' 거센 후폭풍 예고

▲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노동자들이 11일 창원 경남도의회 앞에서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에 반발하며 홍준표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데일리중앙
경남도의회가 11일 국민의 거센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했다. 지난 이명박 정권 아래서 자주보던 풍경이 이날 경남도의회에서 벌어진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주축이 된 경남도의회는 이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폭력날치기로 진주의료원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놓았다. 국회와 시민사회, 노동계의 만류와 호소는 그들에겐 소귀에 경읽기였다.

오죽하면 새누리당 대변인 마저 공식 브리핑을 통해 경상남도와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했다고 통탄했을까.

경남도의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어 개회식도 생략한 채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90초 만에 날치기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지난 9일 밤부터 경찰력을 동원해 도의회 주변을 포위, 철통 같이 봉쇄한 뒤 군사작전을 하듯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의사일정을 해치웠다.

도의회 밖에는 보건의료노조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 회원들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처리 반대' '홍준표 퇴진'을 외치며 대기 농성을 벌였지만 경찰 차벽에 막혀 실력저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야권은 경남도의회의 날치기에 대해 '폭거'로 규정하고 즉시 원천무효를 선언했다. 이후 국정조사를 통해 진주의료원 사태의 전모를 똑똑히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진주의료원이 홍준표 지사의 정치적 무덤이 될지 주목된다.

새누리당도 '날치기' 사태에 대변인을 통해 깊은 유감을 나타내며 통탄했다.

민주당은 "불법 날치기 통과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은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공공의료에 관한 국정조사를 앞두고 모든 정치권과 국민이 반대하는 데도 날치기 통과라니 정말 홍준표 도지사의 만행은 끝이 없다"며 "해산 조례안을 날치기한 홍준표 도지사와 새누리당 도의원들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대변인은 아울러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해서 홍준표 도지사의 만행과 폭거에 대해 반드시 따져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새누리당의 태도를 이중적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그 새털같이 많은 날 동안 폐업강행 불구경하고 갈등은 방치해 온 새누리당이 조례를 날치기 통과시키는 아침에 처리연기 요청 한마디 한 것은 면피를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며 "진주의료원 폐업의 주연은 홍준표, 오늘 날치기 막장극을 보여준 엑스트라는 새누리당 경남도 의원들이지만 이 막장극의 총괄감독은 새누리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의 처리연기 방침이 당의 입장이라면 당명을 거부하고 무시한 새리당 소속 경남도 의원들을 즉각 징계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진주의료원과 공공의료를 십자가에 못박아놓고 자기는 죄 없다며 발뺌하는 새누리당이라는 현대판 빌라도에게 돌아갈 것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일 뿐"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진주의료원 지키기에 고군분투했던 통합진보당은 경남도의회의 날치기 소식에 누구보다 비분강개했다.

김재연·김선동 의원과 홍성규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국 새누리당은 폭력날치기로 진주의료원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길을 택했다"며 홍준표 지사를 비롯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홍준표와 새누리당은 한뜻한몸이었다"며 "경남도민은 물론 온 국민이 요구했던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끝끝내 무참히 짓밟은 홍준표와 새누리당은 오늘 이순간 공공의료파괴의 악당으로 역사에 길이 오명을 남길 것"이라고 말햇다.

▲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사회 회원들이 11일 오후 가랑가랑비가 내리는 가운데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사태에 항의하며 도의회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 데일리중앙
통합진보당은 "홍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이 짓밟은 진주의료원을 우리 경남도민들과 국민들의 힘으로 다시 정상화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하여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진보정의당도 새누리당에 속았다며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드러냈다.

이정미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철저하게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었다. 국회에서는 국정조사를 약속하며 국민들 앞에서 진주의료원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색을 내더니 뒤로는 어떤 행동도 하지 않고 홍준표 도지사가 제멋대로 날뛰도록 방조했던 것"이라고 질타했다.

따라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국정조사 이전에 진주의료원 폐업이 결정된 이 사태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대한민국의 복지를 후퇴시킨 오늘의 폭거에 대해 남은 것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과 경남도민들의 준엄한 심판뿐"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새누리당도 경남도의회의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 날치기 통과에 대해 '날치기' '유감' 등의 표현을 잇따러 써며 통탄했다.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경남도의회가 오늘 오후 개회식도 생략하고 의사일정을 진행시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10여 분만에 통과시켰다고 한다.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논평했다.

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오늘 원내대책회의에서 진주의료원 문제와 관련해 경남도의회에 해산 조례안 처리를 미뤄줄 것을 간곡히 거듭 요청했다. 아울러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위를 구성하고, 국정조사 실시계획서를 13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남도와 경남도의회가 소위 '날치기' 형태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킨 것에 다시 한 번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진주의료원 해산 날치기 폭거는 불법이며 무효"라고 선언했다.

노조는 성명을 내어 이렇게 밝히고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정치적 사망을 선고했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 또한 홍준표 도지사의 공범이며 거수기임이 확인됐다고 규탄했다.

노동계는 국회와 시민사회와 힘을 합쳐 진주의료원을 살리기 위한 대대적인 운동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국회 국정조사에서부터 진주의료원 폐업과 해산을 주도한 홍준표 도지사의 범죄행위를 국민들 앞에 낱낱이 공개하는 투쟁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진주의료원 폐업-해산을 철회시키고 진주의료원을 다시 살리기 위한 주민투표운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불법과 폭력을 동원한 진주의료원 폐업과 해산을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공공의료 파괴행위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의 재의요청투쟁과 주민감사청구투쟁, 사회보장위원회 소집운동, 진주의료원 살리기 조례제정운동, 홍준표 퇴진-심판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6월 임시국회에서 시작될 '진주의료원-홍준표' 국정조사가 어떤 성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석희열 기자·이성훈 기자·김용숙 기자 shyeol@dailiang.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