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기초법, 이대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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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청년을 죽음으로 내몬 기초법, 이대로 둘 것인가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6.06.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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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난 복지제도 개선 시급... 빈곤사회연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 빈곤사회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전 국민의 권리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부양의무자기준과 조건부과수급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도 도입취지의 대상마저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이성훈 기자] 구멍난 복지제도가 또 다시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지난 3일 오후 26세 청년 이아무개씨가 돌아가신 아버지와 함께 살던 임대아파트 베란다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씨는 2014년 10월부터 아버지와 함께 살았지만 아버지가 사망한 뒤 '함께 살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없어서' SH공사로부터 퇴거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함께 살았지만 함께 살지 않았다는 이 기막힌 현실이 20대 청년을 죽음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그렇다면 이씨는 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을까. 그는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복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이씨가 전입신고를 하면 기초생활수급자인 아버지는 수급권이 박탈되거나 수급비가 깎일 수밖에 없기 때문. 가구 단위로 수급권을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구 내에 근로능력 있는 가구원이 단 한 명만 있어도 수급에 탈락하거나 수급비가 깎이게 된다.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으나 26세 청년인 그가 근로 능력이 없다는 판정을 받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고 살았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한 불안감/공포심이 덮쳐와 공황 발작을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특별한 이유나 원인을 밝히기 어렵고 주기를 파악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발작을 경험한 것 자체로 움츠러들어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현행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는 이씨와 같이 정신장애나 지적장애의 경우 신체에 장애가 없고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일정치 않아 '근로능력없음' 판정을 받기 어렵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온전한' 보장을 받기 위해선 수급 가구가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받을 수 없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가구 내에 단 한 사람도 없어야 한다.

이에 빈곤사회연대 등 복지·인권·시민사회는 기초법의 온전한 개정 및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빈곤사회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국가가 전 국민의 기초적인 삶을 보장하겠다는 제도가 근로능력이 있는 가구원 혹은 소득이 있는 부양의무자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제도의 설계는 제도의 보장을 받는 사람보다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 수많은 빈곤층을 최저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으로 밀어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조직국장은 "전 국민의 권리로서 최저한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부양의무자기준과 조건부과수급이라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제도 도입취지의 대상마저 사각지대에 남겨두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빈곤사회연대는 ▷가족에게 부양의 책임을 떠넘기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와 ▷근로능력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권을 박탈하는 조건부수급조항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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