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안 원내대표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에 대해 '불량 상임위'라는 딱지표를 붙였다.
그러면서 민주당 소속 이종걸 교육위원장과 추미애 환노위원장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직무태만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민주당이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불이 붙었다. 안 원내대표를 '청와대의 퀵서비스 배달원'에 빗댄 민주당은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날 사람은 안상수 원내대표"라고 역공을 폈다.
안 원내대표는 "이번 정기국회 3개월 동안 교육위와 환노위는 법안을 단 한건도 처리하지 못했다. 불량 상임위라는 이름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로 정말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두 위원회 위원들 중 책임 있는 의원을 가려서 세비를 모두 반납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대야 공세에 열을 올렸다.
이어 비정규직보호법 문제로 지난 7월 크게 설전을 벌인 적이 있는 추미애 위원장과 또 이종걸 위원장을 꼭 집어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책임정치의 실현을 위해 다수당이 국회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을 '싹쓸이'하는 제도 도입을 주장했다.
안 원내대표는 "차제에 직무 태만한 상임위원장을 퇴출시키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리고 책임정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이제는 미국처럼 다수당이 모든 상임위의 위원장을 맡도록 해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에 대해 민주당 안민석 간사(교육위)와 김재윤 간사(환노위)가 적극 대응에 나섰다.
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청와대의 퀵서비스 배달원' '불량 원내대표' 등으로 부르며 "국회 파행에 대한 책임을 지고 당장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김재윤 의원은 "안 원내대표가 오늘 이종걸 위원장과 추미애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한 것은 자신이 초래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 상임위원장에게 전가한 행위"라며 "당장 해당 발언을 취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도 "국회를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야당의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독선적인 운영으로 국회를 파행시킨 원인은 다름 아닌 안 원내대표 자신이 제공해 왔다"며 "오죽하면 '청와대 퀵서비스 배달원'이라는 말까지 나돌겠느냐"고 쏘아붙였다.
한편 국회 환노위는 11일 전체회의을 열어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개정 등 현안에 대한 정책질의와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여야 간 파란이 예상된다.
석희열 기자·최우성 기자 shyeol@daili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