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파일 떡값검사'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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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떡값검사' 공개 노회찬, 의원직 상실
  • 김주미 기자
  • 승인 2013.02.14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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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일제히 반발... 노회찬 "대법원, 국민심판대 피고석에 서게 될 것"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입니다."
대법원이 이른바 '안기부 X파일'에 등장한 '떡값 검사' 명단을 폭로한 진보정의당 노회찬 국회의원에 대해 14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노 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됨에 따라 이날 의원직을 잃었다.

이 사건은 15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1997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안기부는 검찰 간부들에게 떡값을 돌린다는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를 도청했다.

삼성그룹 회장의 지시로 검찰 고위 인사들에게 불법으로 뇌물을 전달하는 모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록이 8년 후인 2005년 공개됐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 사건이다..

노회찬 의원은 이때 '안기부 X파일'에서 거론된 이른바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와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러자 실명이 공개된 검사들이 노 의원을 고소했고, 노 의원은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2심 판결을 뒤엎고 노 의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보도자료 배포는 의원 면책특권에 해당해 무죄지만, 인터넷 홈페이지 공개는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긴 것이라는 것.

노 의원은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정의당과 민주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당도 노 의원의 무죄를 주장하며 법원 판결에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새누리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입니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르냐"고 항변했다.

또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대 국회 서울 노원에서 당선된 노회찬 의원은 이날 대법원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로 나아갔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사법부 정의와 한국의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난다"는 말을 남기
고 국회의사당을 홀연히 떠났다.

다음은 노회찬 의원의 긴급기자회견문 전문.

국회를 떠나며

199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국내 최대 재벌그룹회장의 지시로 그룹부회장과 유력 일간지회장등이 주요 대선후보, 정치인, 검찰 고위인사들에게 불법으로 뇌물을 전달하는 모의를 하고 이를 실행하는 과정을 담은 녹취록이 8년 후인 2005년 공개되었습니다. 이른바 안기부 X파일사건입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이 사건을 건국 이래 최대의 정, 경, 검, 언 유착사건이라 말했습니다. 주요 관련자인 주미한국대사와 법무부차관이 즉각 사임하였습니다. 그러나 뇌물을 준 사람, 뇌물을 받은 사람 그 누구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를 보도한 기자 두 사람과 국회 법사위 회의에서 떡값검사 실명을 거론하며 검찰수사를 촉구한 국회의원 한사람이 기소되었습니다.

다시 8년이 지난 오늘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저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죄목으로 유죄를 확정하였습니다. 뇌물을 줄 것을 지시한 재벌그룹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입니다. 폐암환자를 수술한다더니 암 걸린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릅니까?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칙한 판단을 저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국민 누구나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1인 미디어 시대에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습니까? 그래서 저는 묻습니다. 지금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가 있는가? 양심이 있는가? 사법부는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저는 오늘 대법원의 판결로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서게 되었습니다. 안기부 X파일사건으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도 뜨거운 지지로 당선시켜주신 노원구 상계동 유권자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할 뿐입니다. 그러나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바로 그런 거대권력의 비리와 맞서 싸워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닙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하였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입니다. 법 앞에 만명만 평등한 오늘의 사법부에 정의가 바로 설 때 한국의 민주주의도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그 날을 앞당기기 위해 오늘 국회를 떠납니다. 다시 국민 속으로 들어가겠습니다.

2013년 2월 14일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노 회 찬
 

김주미 기자 kjsk@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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