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국회 방문... "여야 합의로 총리 추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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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 방문... "여야 합의로 총리 추천해달라"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6.11.0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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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과 13분 간 회동... 야당, '명분쌓기용·국면전환용' 평가 절하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대통령으로서 저의 책임을 다하고 국정을 정상화 시키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고 생각해서 오늘 이렇게 의장님을 만나뵈러 왔다. 고견을 부탁드린다.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야당이 제시한 정국 수습 방안을 일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8일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현 시국과 관련해 의견을 나누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후보)를 추천해주시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 지명을 철회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던 청와대의 일방통행 식 총리 내정 깜짝쇼가 일주일도 지나기 전에 막을 내린 셈이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 등 야당이 줄곧 요구해왔던 사항을 형식적으로나마 일부 받아들
인 것이다.

대통령은 그러나 핵심 요구사항인 자신의 2선 후퇴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적인 위기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걱정이 너무 커서 어떻게든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정 의장은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께서 힘든 걸음을 하셨다고 생각을 하고 이럴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주말 국민들이 보여준 촛불 민심을 잘 받들 것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만남은 이렇게 13분 만에 끝났다. 서로 몇 마디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헤어진 것이다.

야당은 사전에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한 것은 절차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명분쌓기용, 국면전환용' 국회 방문 아니냐며 '90초 사과·9분 재사과의 재판일 뿐'이라는 것이다.

▲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끝까지 야당과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민과 함께 정권퇴진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데일리중앙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 일방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를 찾지 말고 문을 열고 나가 시민들 만날 것을 권했다.

추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부역자 집단은 국민의 강력한 요구를 배신의 정치로 돌려주고 있다"며 "우리 당이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 뜻에 따라 비상한 각오로 이 엄중한 국면을 단일대오로 잘 헤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들은 국정 농단을 묵인하고 국정을 마비시킨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2선 후퇴 요구는 민의를 반영한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며 "대통령께서 더 늦기 전에 국민의 요구를 수용해 자신의 문제에 대해 결자해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이 협조를 구할 대상은 야당이 아니라 국민이라고 강조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지금 대통령은 국민 앞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대통령은 탈당과 책임총리의 권한에 대해 명확한 입장부터 발표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했다.

정의당은 대통령의 국회의장 방문에 대해 "대통령의 권력유지 욕구를 협치로 포장한 것이며 하야를 요구하는 국민에게 맞서겠다는 뜻"이라며 대통령 하야를 거듭 촉구했다.

추혜선 정의당 대변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 사태에 들끓는 민심은 이제 100만 촛불집회로 모이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하야를 외치는 민심을 수용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13분 만남에 대해 "국정위기를 타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논평했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국회가 국민과 국가를 위해 국정공백 사태를 막고 국정정상화를 이뤄내야 한다. 야당이 정국 수습에 적극 나서 주셔야 한다"며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당부했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는 이날 오후 2시 3당 원내대표를 의장실로 초청해 대통령광의 간담회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한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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