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반대 음독 밀양 주민 끝내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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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반대 음독 밀양 주민 끝내 숨져
  • 이성훈 기자
  • 승인 2013.12.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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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볼바에야 죽겠다"며 농약 마셔... 밀양대책위, 장례절차 밟아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밀양 765KV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음독했던 밀양 주민이 6일 새벽 숨졌다. 지난해 1월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 항거하며 목숨을 끊은데 이어 두번째 주민 희생이다.

밀양 송전탑 사태가 새로운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밀양 765KV 송전탑건설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자택에서 농약을 마시고 병원으로 옮겨졌던 밀양 송전탑 경과지 상동면 고정마을 유한숙 어르신이 6일 새벽 3시50분께 가족들의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하고 끝내 눈을 감았다.

송전탑 반대를 위해 엎어지고  깨지며 함께 싸웠던 고정마을 주민들이 부산대병원에서 임종을 지켜보며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앞서 유한숙 어르신은 지난 4일 오전 딸을 통해 "밀양대책위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했고, 이에 대책위 김준한 신부와 상황실 간사가 오후 1시께 어르신을 찾았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경에 한전 과장 1명과 또다른 1명이 찾아와 (우리집이)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게 됐다.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유한숙 어르신은 딸을 곁에 두고 찾아온 대책위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실상 마지막 유언이 된 이 말이 그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일러주고 있다. 초고압 송전탑 건설이 사람을 잡을 수도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밀양대책위는 가족과 상의해 장례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대책위장으로 할지 가족장으로 할지 유족의 뜻에 따른다는 입장이다.

한편 고인의 빈소는 밀양시 내이동 영남종합병원 내 농협장례식장에 차려질 예정이다.

이성훈 기자 hoonls@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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