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맹이 빠진 5.18기념식... '5월 영령들에 대한 모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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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맹이 빠진 5.18기념식... '5월 영령들에 대한 모독'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5.05.14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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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언제까지 오기 부릴 건가... 이 판국에 보훈처는 5.18 종불몰이라니

"전두환 물러가라!" "계엄령을 철폐하라!"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 "전두환 물러가라!" "계엄령을 철폐하라!"

80년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파괴·민주화 유린에 항거해 떨쳐 일어난 광주민중항쟁을 기리기 위한 35주기 5.18기념식이 정부 주도와 민간 주도로 둘로 쪼개져 치러지게 됐다.

박근혜 정부가 수십 년 간 망월동묘역에서 불러온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올해도 못 부르게 해 기념식이 반으로 쪼개지고 국론 분열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5월 단체들은 정부 방침에 항의해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기로 했고, 박 대통령도 기념식 참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결국 5월단체들과 대통령, 국무총리 등 주인들이 모두 빠진 채 정부 기념식이 열릴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이는 군부세력의 헌정 중단 행위에 맞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린 5월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다.

또한 민주 통합 인권을 지향하는 5.18정신에 비춰 반역사적이고 반5.18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당시 내건 국민 대통합 구호가 헛것이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5월단체들의 면담 요청까지 거부하며 국론 분열을 자초하는 것은 민심을 새겨들어야 할 대통령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 1980년 5월 17일 밤 12시를 기해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뒤 총검으로 완전 무장한 공수부대원들이 광주시내로 시가행진하며 진출하고 있다. '피의 광주'를 예고하고 있다. (사진=5.18기념재단)
ⓒ 데일리중앙
야당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두 개의 5.18기념식은 전적으로 박근혜 정부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14일 내놓은 논평을 통해 "관습헌법상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인 것처럼 '임을 위한 행진곡'도 5.18노래"라며 "국회를 포함해 모두가 인정하는 이 사실을 유독 박근혜 대통령과 보훈처장관 등 극소수만이 인정하지 않으니 처량할 지경"이라고 개탄했다.

실제 여권에서도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와 정의화 국회의장 등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기념곡으로 지정해 기념식에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결의안까지 채택됐지만 정부가 이를 걷어차고 있다.

주무부처인 보훈처는 5.18을 며칠 앞두고 보도자료를 내어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북한 영화 배경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며 5.18에 대한 종북몰이에 나서고 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해 모두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다면 모든 것이 눈 녹듯 사라지고 국민대통합의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김정현 부대변인은 "만약 박근혜 정부가 두개의 5.18기념식을 끝까지 방치한다면 후대 역사는 박근혜 정부가 5.18을 의도적으로 폄훼했다고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5월단체 등과 대화를 통해 하나된 5.18기념식이 치러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본 경험이 없는 박근혜 대통령이 5.18기념식에 참석하는 게 개인적으로 어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국정을 수행하는 자리는 아니다.

박 대통령이 언제까지 오기를 부리는지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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