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속 새해 예산안 본회의 통과... 야당 "원천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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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속 새해 예산안 본회의 통과... 야당 "원천무효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09.12.31 21:13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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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하수인 김형오는 사퇴하라" "이명박의 꼭두각시 한나라당은 해체하라"
야당이 본회의장 의장석 앞 자리를 완전히 점거하는 등 파행 속에 정부의 새해 예산안이 31일 밤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청와대의 하수인 김형오는 사퇴하라" "이명박의 꼭두각시 한나라당은 해체하라"

김형오 국회의장은 야당 의원들의 고함소리와 거센 반발을 뚫고 292조8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을 직권상정, 강행 처리했다.

본회의 개회 예정 시간인 저녁 8시께부터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소속 의원 80여 명은 의장석 앞을 완전히 점거해 "김형오는 사퇴하라"고 줄기차게 외치며 시위했다.

이 때문에 회의가 제때 열리지 못하자 김형오 의장은 8시13분 "야당 의원들의 의사가 충분히 전달됐다. 앞으로 1분의 시간을 더 주겠다"고 말한 뒤 8시15분 본회의 개회를 선언했다.

김 의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애초 오늘 오후 2시에 개회하려 했으나 심의 예정인 부수 법안에 대한 일부 이견이 있어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이렇게 저녁 늦게 개회하게 됐다"며 "오늘 예산안과 부수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을 해야 한다"고 의원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어 차수 변경을 통한 새해 1월 1일 본회의 개회를 위한 안건을 상정한 뒤 의결했다.

김 의장은 곧바로 ▲2010년도 예산안 ▲2010년도 기금운용계획안 ▲2010년도 언론진흥기금운용계획안 ▲2010년도 임대형민자사업(BTL) 한도액안 등 의사일정 4건을 일괄 상정했다.

한나라당 의원 15명의 호위 속에 심재철 예결위원장의 심사 보고가 있었으나 전혀 들리지 않아 무슨 내용인 지 알아듣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자 김형오 의장은 보고 내용을 속기사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정부 의견 역시 야당 의원들의 방해로 생략되는 등 본회의 내내 파행으로 치달았다.

▲ 예산안 등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의원들이 집단으로 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야당 의원들은 쉬지 않고 "김형오 사퇴" "안상수도 사퇴" "이명박 규탄" 등을 소리높여 외치며 김 의장이 진행하는 회의를 방해했다.

8시27분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이 처음으로 예산안 반대 토론에 나섰다. 그러나 혼란과 소란스런 장내 분위기로 발언대에 설 수 없게 되자 그는 "반대 토론마저 날치기하듯이 하고 싶지 않다.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회의장에게 요청했다.

소란과 파행이 계속되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장, 똑바로 해"라고 고함을 내질렀다. 이 역시 소란 속에 묻히며 국회의장에게 전달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누구랄 것도 없이 "더 크게" "고마해" 등의 맞고함을 지르며 야당 의원들을 향해 조롱과 야유를 보냈다.

상대를 향한 고함과 비방 등 난장판이 계속되자 김 의장은 8시38분 "지금 상황에서는 도저히 토론을 진행할 수 없다"며 토론을 일방 종결했다.

결국 박선영 의원은 반대 토론을 하지 못했고, 이회창 총재 등 선진당 의원들은 곧바로 표결 불참을 선언하고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8시39분. 파행 속에서도 김 의장은 새해 예산안 전자투표 표결에 들어갔다. 투표 결과 재석 177명, 찬성 174명, 반대 2명, 기권 1명으로 예산안이 의결됐다.

그러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원천무효를 외치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잇따라 나머지 안건에 대한 표결을 밀어붙였고, 오후 8시43분께 일괄 상정된 4건이 모두 의결됐다.

의결 직후 정운찬 국무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국회가) 심의 의결해주신 데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국민의 세금을 한 푼도 헛되이 쓰지 않고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인사했다.

▲ 김형오 국회의장 주도로 새해 예산안이 31일 밤 한나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자 야4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빠져 나와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 데일리중앙 이성훈
정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몸싸움은 하지 않았고, 상대에게 막말로 야유하고 구호만 줄기차게 외치며 대치했다.

김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만 자리를 지킨 가운데 나머지 예산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세밑에서 50여 분  간 펼쳐진 이날 국회 본회의는 흡사 한 편의 '막장드라마'였다.

한편 본회의 시작 때까지만 해도 모습을 보이지 않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이날 오후 8시30분께 뒤늦게 본회의장에 도착해 표결에 참여했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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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나라당 2010-01-02 10:14:24
새해에도 변칙 날치기 직권상정이 변화지 않을 것 같아 서글프다.

김형호 2010-01-02 03:56:54
저런 꼬라지 볼려고 피같은 세금 내는게 아닌데

아수라장 2010-01-02 03:53:26
난장판 국회가 따로 없구만. 아수라장 국회로군.
한나라당이 마음 먹으면 안되는 것이 없는 나라다.
우리나라국민들이 대통령 하나는 너무 잘 뽑은거 같다.
원전도 수주하고 g20도 수주하고 거기다가 의장까지 떡하니 꿰찼다니 대단하다고 해야지.
전두환 박정희가 보면 할배요 하겠다. 이명박 할배 소리 들을만 하다. 대단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