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 대선 판도 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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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사퇴... 대선 판도 요동
  • 석희열 기자
  • 승인 2012.11.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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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문재인 일대일 구도... 안 "이제 단일후보는 문재인" 성원 당부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안철수 대선 후보가 23일 전격 사퇴를 선언했다. 대선 판도가 크게 흔들릴 전망이다.

안 후보는 23일 저녁 8시20분 서울 종로구 공평빌딩 진심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할 것을 선언한다"며 후보직 사퇴 뜻을 밝혔다.

그는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고 말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고충이 컸음을 털어놨다.

안 후보는 전날 문재인 후보와 야권 단일화를 위한 담판을 벌였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자 중대 결심을 위해 일정한 곳에 머물며 마지막 결심을 가다듬었다. 이후 두 캠프에서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여의치 않자 23일 아침 직접 문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전권을 가진 후보 대리인(특사)이 만나 협상을 타결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 후보가 화답하면서 이날 오후 늦게까지 단일화 방식을 놓고 특사 회담을 진행했으나 서로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아 타결에 실패했다.

문 후보 쪽은 '가상대결 50%+적합도 50%'를 주장했고, 안 후보 쪽은 '가상대결 50%+지지도 50%'를 마지노선으로 제시했다. 두 후보 대리인은 결국 오후 7시 넘어 협상을 중단하고 헤어졌다.

오후 5시께부터 진심캠프 사무실에 머물며 특사 회담 결과를 기다리던 안 후보는 타결 실패 보고를 받고 최종적으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오후 5시께 캠프 사무실에 도착할 때 안 후보는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웃기만 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안 후보는 "이제 문 후보님과 저,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눈시울을 붉혔고, 그의 음성은 내내 떨렸다. 쉽지 않은 결단이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안 후보는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며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줄 것을 국민에게 요청했다.

안 후보는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인사했다..
 
마지막으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라고 말하며 다시 감정이 복받치는 듯 울먹였다.

안 후보의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내내 회견장에는 일부 지지자들이 사퇴하지 말라고 소리쳤고, 후보와 고락을 함께해온 캠프 식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일부는 '엉엉' 소리내어 울기도 했다.

안철수 후보의 이러한 아름다운 퇴장에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 쪽은 안 후보의 갑작스런 사퇴에 놀라면서도 큰 결단을 해준데 대해 감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문재인 후보 쪽 진성준 대변인은 캠프ㅡ브리핑을 통해 "안철수 후보께서 정권교체를 위해 큰 결단을 해주셨다. 우리 모두가 안 후보께 큰 빚을 졌다.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고 말했다.

진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는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국민적 열망을 단지 꿈이 아닌 현실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안 후보와 그를 지지한 모든 국민과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새 정치와 새로운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

문재인 후보는 큰 결단을 내린 안철수 후보를 빠른 시간 안에 찾아 가장 정중한 예의를 갖추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안 후보의 사퇴에 대해 "정치 쇄신에 대한 안철수 식 실험 노력이 민주당의 노회한 구태 정치의 벽에 막혀 무산된 것"이라고 논평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저녁 브리핑을 통해 이렇게 밝히고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는 정치 쇄신과 국민통합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이번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 사실상 여야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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