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불출마 선언... 귀국후 20일 만에 대권 꿈 접어
상태바
반기문 불출마 선언... 귀국후 20일 만에 대권 꿈 접어
  •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 승인 2017.02.01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교체와 국가통합 이루려던 순수한 뜻 접겠다"... 문재인·안철수 등 "안타깝다"
▲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1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장(정론관)에서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귀국 후 20일 만에 대권 도전의 꿈을 접은 것이다.
ⓒ 데일리중앙

[데일리중앙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이 혹독한 검증을 견디지 못하고 1일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귀국 후 20일 만이다.

반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엄중한 국민의 검증 요구를 언급하며 "제가 주도해 정치교체를 이루고 국가통합을 이루려 했던 순수한 뜻을 접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대권 도전의 꿈을 접겠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일부 야당을 겨냥해 "구태의연하고 편협한 이기주의적 태도에 지극히 실망했다"고 말했다. 인격살해 등의 격한 감정도 드러냈다.

이어 "이들과 함께 길을 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다"며 불출마 결심 배경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개헌과 국민 통합 행보를 위해 이날 민주당과 새누리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원내 5당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거절했다.

반 전 총장은 "저의 순수한 애국심과 포부는 인격살해에 가까운 음해와 각종 가짜뉴스로 정치교체의 명분이 실종되면서 저 개인과 가족 그리고 제가 10년을 봉직했던 유엔의 명예에 큰 상처만 남기게 됐다"고 야권과 언론에 대해 섭섭함을 나타냈다.

지난 1월 12일 귀국한 반기문 전 총장은 '정치교체' 깃발을 들고 "패권 정치를 넘어 정치교체를 통해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며 사실상 대권 행보를 해왔다. 그 꿈이 20일 만에 좌절된 것이다.

반 전 총장은 "이런(대선 불출마) 결정을 하게 된 제 자신에 대해 혹독한 질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격려해주고 응원해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시켜드린 데 대해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어떤 질책도 달게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자신이 이루고자 했던 꿈과 비전은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후세에 더 나은 미래를 물려주기 위해 각자 맡은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저도 지금 10년 동안의 자산을 바탕으로 나라의 위기를 해결하고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어떤 방법이든 헌신하겠다"고 밝혔다..

▲ 반기문 유엔 전 사무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이 진행된 국회 정론관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반 전 총장이 불출마 선언문을 읽고 떠나려 하자 취재진에 둘러싸여 차량이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기자회견 시작 7분 만인 오후 3시37분 국회를 떠났다.
ⓒ 데일리중앙

반 전 총장은 불출마 선언문만 읽은 뒤 일절 질문을 받지 않은 채 7분 만에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회견장에는 1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사실상 차기 대권은 '문재인 대 안철수' 대결로 빠르게 재편될 걸로 보인다.

반기문·손학규·김종인 등 유력 인사들이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해 반문(반문재인)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갑작스런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에 정치권도 놀라는 모습이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반기문 전 총장의 갑작스러운 대선불출마 선언은 뜻밖이다. 본인에게도 3주의 짧은 정치경험이 실망스럽겠지만 국민들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반 전 총장이 비록 큰 뜻을 접었지만 앞으로 유엔사무총장으로서 봉직하며 쌓은 경륜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 기여해달라"고 당부했다.

새누리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께서 뜻을 접겠다고 하는 소식을 듣고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반기문 전 총장께서 가졌던 꿈과 비전을 포기하지 말고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계속해서 헌신을 다 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권주자들도 반 전 총장의 결단을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좋은 경쟁을 기대를 했는데 안타깝다. 반기문 총장은 꼭 정치 아니더라도 외교 분야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실 길이 많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많은 고민을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정부는 누가 되든지 외교적인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다. 그때 유엔 사무총장의 경험을 살려서 국가에 보탬이 되는 많은 역할을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기문 전 총장께서 이제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실 것을 바란다"고 밝혔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 쌓아온 경륜을 바탕으로 국가원로로서 더 큰 기여를 해주실 것이라 기대한다"고 했다.

김부겸 민주당 국회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명예를 지키는 길을 선택했다"며 "정치적 입장 차이를 떠나 반 전 총장은 대한민국이 낳은 자랑스런 인물이다. 대한민국과 국제사회를 위해 더 중요한 일을 감당하실 때가 오리라고 믿는다"고 반 전 총장의 결단을 격려했다.

석희열 기자·주영은 기자 shyeol@dailiang.co.kr

묶음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