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시작하자 마자 회의장 바깥 풍경을 문제삼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면서 파행됐다. 이날 환노위 회의장 밖에는 한진중공업 및 쌍용자동차 노조 관계자 10여 명이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후 오후 회의가 속개됐으나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4대 노동현안(쌍용자동차·한진중공업 정리해고·현대자동차 사내하청·전주버스파업)에 대한 청문회를 여는 한편 삼성반도체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 논란을 조사하기 위한 산재소위 구성을 요구하자 다시 한나라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회의가 중단됐다.
환노위 민주당 간사인 홍영표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의 잇단 사망 등은 이미 노사 자율 해결의 한계를 넘어섰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만큼 사회적 중재가 필요하다"며 4대 노동현안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 개최를 회의 안건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회의가 파행되자 민주당 홍영표·이미경·정동영, 민노당 홍희덕 등 야당 환노위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나라당을 '반노동자 정당' '민생외면 정당'으로 강력 규탄하며 현안 해결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미경 의원은 "쌍용자동차에서는 1년 반 만에 해고노동자와 가족 중 14명이 사망했으며, 삼성전자 노동자들 중에는 백혈병 등으로 30명이 넘게 죽었고, 현재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가 하는 일은 뒷짐만 지고 있을 뿐, 국민 무시 정책 이외에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다"고 비난했다.
이 의원은 "5대 민생현안 말고 더 절박하고 시급한 민생이 어디 있느냐"며 "이 문제에 대해서 자신들의 의견을 분명하게 얘기하지 않고 회의장을 뛰쳐 나간 것은 민생을 다루는 태도가 아니며 공정한 태도도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신영수 의원은 이날 오후 늦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은 민생을 볼모로 하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환노위 파행을 중단하고 빨리 민생법안을 처리하자고 야당을 압박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신영수·강성천·손범규·이정선)은 "민주당은 여야 간사 간 협의된 사전 일정을 무시하고 갑자기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 실시, 산재소위 구성'이라는 정치공세를 하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작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야당의 요구에 대해 "진상조사는 정당별로 하면 되고, 산재소위도 전체회의에서 대체 토론을 하면 되는 것이지 굳이 소위에서 하자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대법원 재상고 중인 사안을 국회에서 다루는 것은 옳지 못하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결과를 기다리는 것이 오히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청문회 개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신 의원은 "한나라당의 진정한 서민 정책은 1420만 근로자를 위한 정책이며, 민주당이 제기한 그러한 감성정치에는 농락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석희열 기자 shyeol@dailiang.co.kr